옛날 중국 송나라의 재상 마지절은 고금古今의 그림들을 수집하여 감상하는 것을 낙으로 삼고 있었답니다.
그러던 중 송나라 제일의 화가인 대주의 ‘투우’ 즉 ‘소싸움’이란 그림을 구입하게 되었다고 합니다.
재상 마지절은 이 그림을 손에 넣은 그 날부터 그 그림을 애지중지했답니다.
두 마리의 황소가 꼬리를 하늘로 기운차게 뻗쳐 올리고 뿔로 상대편을 들이받는 이 그림에 흠뻑 빠졌답니다.
틈만 나면 행여 습기가 찰까 봐 마룻바닥에 펼쳐놓고 감상하며 말리곤 하였답니다.
그러던 어느 날 한 농부가 소작료를 바치려고 곡식을 싣고 왔습니다. 그런데 마지절은 농부가 온 줄도 모르고 그 그림을 들여다보며 즐기고 있었답니다.
기웃거리던 농부는 그 그림을 보고는 자신도 몰래 피식 웃고 말았답니다.
그 피식 웃는 소리에 고개를 돌려 일자무식 농부를 보고는 호통을 쳤습니다. “네가 뭘 안다고 이 그림을 보고 비웃듯 피식 웃었더냐? 이 그림이 누구의 그림인지 네가 알기나 하느냐?” 하였답니다. “저 같은 무지렁이가 그런 것을 어찌 알겠습니까요, 잘못했습니다요.” 라며 농부는 머리를 조아렸답니다.
그러나 마지절은, “그래, 이 그림에서 넌, 무얼 보고 웃었는지 당장 말하라.” 라며 눙부를 노려보고 있었답니다.
겁에 질린 농부는 부들부들 떨면서 기어들어 가는 목소리로, “저 같은 무식한 농사꾼이 그림에 대하여 무엇을 알겠습니까? 하지만 저는 평생 소를 키우며 살아왔기 때문에 그 그림에서 싸우고 있는 소가 좀 이상해서 웃었습니다. 용서하시옵소서.” 라며 또 머리를 조아렸습니다.
마지절은 조금은 가라앉은 목소리로, “그래 무엇이 이상한지 말해보아라.” 하였답니다.
그 말에 농부는, “황소들이 싸울 때엔 뿔로 상대편을 받으며 공격하지만 꼬리는 바싹 당겨 뒤 사타구니 사이에 끼워놓습니다.
그럴 때엔 힘센 청년이 아무리 힘을 써도 그 꼬리를 끄집어낼 수 없을 정도입니다. 그런데 이 그림 속의 두 황소는 싸우면서 꼬리를 하늘로 치켜 올리고 있으니 그를 보고 소인도 몰래 그만 웃음이 나와버렸습니다. 용서하소서.” 라고 하였답니다.
이 말을 들은 마지절은, “비록 대주는 유명한 화가이긴 하나 소에 대해선 아는 바가 너보다 훨씬 못하구나, 그런 것도 모르고 이 그림을 애지중지한 내가 부끄럽구나.” 라며 그 그림을 찢어버렸다는 이야기입니다.
나는 이 일화를 접하며 지난날이 떠올랐습니다.
그때가 아마 60년대 중반이었다고 생각됩니다.
미국의 유명한 유아 식품회사 Gerber가 한국으로 유아 식품을 수출하게 되었습니다. 이를 선전하는 광고가 종로 네거리의 Bill Board에 등장하였습니다. 엄마가 아기를 안고 Gerber 유아 식품을 숟갈로 떠먹이는 그림이었습니다. 엄마는 미소를 머금고 아기에게 먹이는 아주 자애롭고 행복한 그런 모습이었습니다.
그런데 시골에서 처음 서울에 올라온 한 시골 할머니가 시내버스 안에서 이 그림을 보고, 혼잣말로, “저건 엄마가 아니고 유몬가 보네, 기왕이면 엄마로 하지 왜 유모로 했을꼬.” 하였답니다.
마침 바로 옆자리에 앉아 출근하던 한 기자가 그 말을 듣고 이해가 되지 않아 할머니께 물었답니다. “저 그림 속의 여인이 어머니인지 유모인지 어떻게 아십니까?” 라구요.
그랬더니 할머니는 이렇게 말했답니다. “엄마가 아기에게 무엇을 먹일 때에는 자신도 몰래 입을 반쯤 벌리는 법이여. 그런데 이 그림의 여자는 입을 다물고 아기에게 먹이니까 유모지.” 이 말 한마디에 그 아름답던 그림을 내려버렸다고합니다. 아마 그 기자가 기사를 썼겠지요.
그림이 아무리 훌륭해도 그 그림 속에 화가의 혼이 담겨있지 않은 기교만으로 그린 그림은 가치가 없다는 말입니다.
사진은 기증 작품의 일부. 윗줄 왼쪽부터 국립중앙박물관에 기증되는 겸재 정선의 ‘인왕제색도(국보 216호), 단원 김홍도의 ‘추성부도'(보물 1393호), 고려 불화 천수관음 보살도(보물 2015호). 가운뎃줄 왼쪽부터 국립현대미술관에 기증되는 국내 작품인 김환기의 ‘여인들과 항아리’, 이중섭의 ‘황소’, 박수근의 ‘절구질하는 여인’. 아랫줄 왼쪽부터 국립현대미술관에 기증되는 국외 작품인 호안 미로의 ‘구성’, 모네의 ‘수련이 있는 연못’, 살바도르 달리의 ‘켄타우로스 가족’. [삼성 제공]
국립중앙박물관 6월 특별공개전, 국립현대미술관 8월 전시회 개최
황희 장관 “해외 유명 박물관과 비교해도 손색없는 경쟁력 확보”
문체부에 따르면 국립중앙박물관은 9천797건(2만1천600여 점)을 기증받는다. 기증품 중에는 겸재 정선의 ‘인왕제색도(仁王霽色圖)'(국보 제216호), 현존하는 고려 유일의 ‘고려천수관음보살도(千手觀音菩薩圖)'(보물 제2015호), 단원 김홍도의 마지막 그림인 ‘김홍도필 추성부도(秋聲賦圖)'(보물 제1393호) 등 국가지정문화재 60건(국보 14건, 보물 46건)이 포함됐다.
이 밖에도 통일신라 인화문토기, 청자, 분청사기, 백자 등 도자류와 서화, 전적, 불교미술, 금속공예, 석조물 등 한국 고고·미술사를 망라했다.
국립중앙박물관은 1946년 개관 이래 이번 기증품을 포함해 현재까지 총 43만여 점의 문화재를 수집했다. 이 가운데 5만여 점이 기증품으로 이번 2만 점 이상 기증은 기증된 문화재의 약 43%에 이른다.
국립현대미술관은 미술품 약 1천226건(1천400여 점)을 기증받는다. 기증품에는 김환기, 나혜석, 박수근 등 한국 대표 근대미술품 460여 점과 모네, 고갱, 르누아르, 피사로, 샤갈, 달리 등 세계적 거장들의 대표작이 포함됐다.
이중섭의 ‘황소’, 박수근의 ‘절구질하는 여인’, 김환기의 ‘여인들과 항아리’, 장욱진의 ‘소녀/나룻배’ 및 모네의 ‘수련이 있는 연못’, 호안 미로의 ‘구성’, 살바도르 달리의 ‘켄타우로스 가족’ 등 회화가 대다수다. 또한 판화와 소묘, 공예, 조각 등 다양하게 구성돼 근현대미술사를 망라한다.
국립현대미술관은 1969년 개관 이래 이번 기증품을 포함해 현재까지 총 1만 200여 점의 작품을 수집했다. 이 중 5천400여 점이 기증품이며, 이번 1천400여 점의 기증은 역대 최대 규모다.
황 장관은 “고 이건희 회장 소장품의 기증으로 우리 박물관·미술관의 문화적 자산이 풍성해졌으며 해외 유명 박물관과 비교해도 손색없는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는 토대가 마련됐다”고 평가했다.
이어 “특히 미술관의 경우 그동안 희소가치가 높고 수집조차 어려웠던 근대미술작품을 보강하는 계기가 됐으며 한국 근대미술사 전시와 연구에도 큰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밝혔다.
또한 발굴 매장문화재가 대부분이었던 박물관 역시 우리 역사의 전 시대를 망라한 미술, 역사, 공예 등 다양한 문화재들이 골고루 기증받아 고고·미술사·역사 분야 전반에 걸쳐 전시에 활용할 수 있게 됐다고 설명했다.
황 장관은 “한국 문화예술계 발전을 위해 평생 수집한 문화재와 미술품을 기증해주신 고 이건희 회장의 유족분들께 감사드린다”라며 “예술성·사료적 가치가 높은 주요 예술품을 대규모로 국가에 기증한 것은 사실상 국내에서 최초이며 이는 해외에서도 유례를 찾아보기 어려울 정도의 역대급 수준”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번 기증은 국내 문화자산의 안정적인 보존과 국민들의 문화 향유권 제고, 지역의 박물관·미술관 활성화에 기여하는 것은 물론 정부의 다양한 문화 관련 사업의 기획과 추진에 있어 상승효과를 발휘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라고 덧붙였다.
한편, 황 장관은 이번 기증이 이재용 부회장의 사면에 미치는 영향과 관련해 “별개의 사안”이라며 “이번 기증은 고인이 생전에 밝혔던 훌륭한 정신을 실현한다는 사안으로 받아들였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고(故) 이건희 회장 유족 측이 기증한 문화재와 미술품 2만3천여점이 오는 6월부터 특별전 등을 통해 순차적으로 공개된다.
정부는 방대한 규모의 기증이 이뤄져 국립중앙박물관과 국립현대미술관 등의 수장고가 부족한 실정이기 때문에 수장고나 별도 미술관 신설 등을 검토할 방침이다.
문화체육관광부 황희 장관은 28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유족 측이 이 회장 소장품 1만1천23건, 약 2만3천여 점을 국립중앙박물관과 국립현대미술관에 기증했다”고 밝혔다.
황 장관은 ‘이건희 컬렉션’을 위한 별도 미술관 계획에 대한 질문에 “예측하기 어렵지만 수장고도 부족하고, 이번 기증을 계기로 문화재 기증이 가속화할 가능성도 있다”며 “미술관과 수장고 건립은 검토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어 “이 과정에서 ‘근현대 미술관’ 형태로 할지, 기증자 컬렉션으로 할지는 즉답하기 어렵고 앞으로 검토하고 방향을 정해야 할 것”이라며 “고인의 훌륭한 뜻이 한국을 찾는 관광객과 많은 사람에게 공감되고 향유되도록 만드는 것이 정부의 역할”이라고 덧붙였다.
가장 많은 문화재를 기증받은 국립중앙박물관은 6월부터 대표 기증품을 선별한 ‘고 이건희 회장 소장 문화재 특별공개전(가제)’을 시작으로 유물을 공개한다.
내년 10월에는 기증품 가운데 대표 명품을 선별 공개하는 ‘고 이건희 회장 소장 문화재 명품전(가제)’을 개최할 예정이다.
국립중앙박물관 유물관리부 박진우 과장은 “관람객이 가장 많이 방문하는 상설전시실 안에 나눠서 전시할 계획”이라며 “앞으로 조사 연구를 통해서 유물의 활용 계획을 세우겠다”고 말했다.
국립중앙박물관은 13개 지방소속박물관 전시와 국외 주요 박물관 한국실 전시, 우리 문화재 국외전시 등에도 적극적으로 활용해 지역문화를 활성화하는 것은 물론 문화 강국의 이미지를 국외에 확산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국립현대미술관은 8월 서울관에서 ‘고 이건희 회장 소장 명품전(가제)’ 개최를 시작으로, 9월에 과천, 내년 청주 등에서 특별 전시와 상설 전시를 통해 작품을 공개한다.
국립현대미술관은 더욱 많은 국민이 소중한 미술자산을 관람할 수 있도록 지역 공립미술관과 연계한 특별 순회전도 개최하고, 해외 주요 미술관 순회전도 진행해 한국 미술에 대한 국제적 위상을 높일 방침이라고 밝혔다.
국립현대미술관 김준기 학예연구실장은 “상설관은 과천관에서 운영하고 있는데 내년에 개설하는 계획과 연계하는 방안 등을 검토할 것”이라며 “국립중앙박물관, 리움미술관 등과도 패키지 전시회를 만드는 방안도 검토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두 기관은 기증품의 이미지를 디지털화해 박물관과 미술관 누리집에 공개하고, 디지털 이미지를 활용한 주요 대표작 등을 국외 박물관과 미술관에 알릴 계획이다.
‘이건희 기증품’의 역사적·예술적·미술사적 가치를 조망하기 위한 관련 학술대회 등도 진행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