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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운 칼럼] 다시 초등학교 도덕 시간으로 돌아가야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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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운 시인

    몇 주전 한국 텔레비전 영상에서 믿기지 않는 장면을 보았다. 늦은 밤거리에서 어느 부부가 대리 기사님을 무차별 폭행하는 모습이었다. 경악을 금치 못했던 것은 어린아이가 옆에서 보고 있었다는 것이다. 이런 뉴스들이 빈번해지는 현실에서 ‘무엇이 문제인가’라는 질문을 해본다. ‘닭이 먼저인가, 달걀이 먼저인가’의 논쟁과도 같다. 분명한 것은 사람들 속에 타인을 존중하는 마음이 사그라들고 있다. 특히 사회의 기초 단위인 가족 안에서 자기중심적 문화들이 급속도로 번지고 있다. 2023년 한국 사회를 달구었던 교권 붕괴의 시대이니 두말하면 잔소리인 듯하다.  

    아이들은 신이 내린 가족의 선물이다. 아이들이 방긋 웃어주는 것만으로 효도는 끝이라고 말한다. 그들이 자라면 유치원과 초등학교에 다니게 된다. 부모들은 아침이면 ‘친구들과 사이좋게 지내라, 싸우지 말아라, 선생님 말씀 잘 들어라’는 말을 건네며 배웅할 것이다. 혹시 반대로 말하는 부모들도 있을까 하는 생각을 해보았다. 설마가 사람을 잡는다. 위의 영상에서 보았던 부부들, 선생님을 조롱하던 부모들은 이런 말들을 주입시키는 것은 아닐까. ‘참지 마, 싸워서 이겨, 누가 괴롭히면 말해 알았지.’ 

    어려웠던 시절에 한국 사람들은 아침에 ‘진지 잡수셨어요’라고 인사를 했다. 배를 곯으며 살았던 보릿고개 시절에 ‘식사를 하셨냐’는 물음은 서로를 따뜻하게 만들었다. 밤사이에도 평화롭게 잘 지냈나는 의미였다. 보존하고픈 정감 어린 인사표현이다.      

   중동 지방에도 두 가지의 인사말이 존재한다. 아랍권에서는 ‘쌀람,’ 이스라엘은 ‘샬롬’이라고 인사를 한다. 둘은 ‘당신들 위에 평화’라는 뜻을 가지고 있다. 예전 한국에서 ‘식사하셨어요’라고 묻는 것처럼 ‘당신들에게 평화가 있기를’이라고 서로 묻는 것이다. 

   ‘샬롬과 쌀람’이라는 아름다운 인사를 나누는 두 진영에서 포탄이 하늘을 날고 굉음이 땅을 진동하고 있다. 죄 없는 아우성들이 들끓고 있다. 건물에 매몰된 사람들도 수천이라고 전한다. 이런 싸움의 배경은 1948년 5월 14일에 이스라엘이 독립을 선언한 날부터 이어져 왔다.  이스라엘은 기뻐했지만 팔레스타인은 ‘알 나크바(대재앙)’으로 기억하고 있으니 당연할 만도 하다.     

    인류는 침략, 전쟁, 정복, 착취라는 과정의 서사를 써왔다. 사람들은 이 기록들을 역사라고 명명한다. 역사의 흐름에서 이런 과정의 서사는 한 번도 쉬어 본적이 없다. 때론 어떤 시기를 ‘태평성대’라고 기록하지만 여지없이 후대에 전쟁이 발발했다. 소위 태평성대라는 말도 어느 세력이 전복한 결과로 이뤄냈기 때문이다. 외적으로 평화롭게 보일뿐 수없는 반역과 반란으로 덮어쓰기 한 시기였다. 동일한 제국의 이름을 사용했을 뿐이었다. 역사 속에서 가해국과 피해국을 가려내기가 쉽지 않다. 한 두 세대만 올라가면 이런저런 합리적인 이유들로 가득차기 때문이다. 이유 없는 싸움은 없다. 그런데 심각한 문제는 셀 수 없는 무고한 사람들이 죽어 나가고 있다. 

    싸움과 전쟁을 일으킨 사람들도 누군가에게는 부모이며 가족일 것이다. 그들도 아침에 ‘친구들과 싸우지 말고 사이좋게 지내라’ ‘당신들에게 평화가 있기를’이라고 인사를 건넸을 것이다. 그럼에도 그들은 지금 대리기사님을 폭행하고, 무고한 백성들을 향해서 포탄을 퍼붓고 있다. 자신들의 자녀들이 보고 있는데도 말이다. 여기에서 인간의 철면피 같은 이중성을 알 수 있다. 만약 그들이 제국주의 시대를 살고 있다면 자녀들에게 국가를 위해서 충성하기를, 기꺼이 목숨까지 바치라고 가르칠 것이 분명하다.  

    그런데 우리는 21세기 탈현대에서 살고 있지 않은가. ‘사피엔스’의 저자 유발 하라리 교수의 표현처럼 우리는 글로벌 신용 시스템으로 경제적 통합(unity)이 된 시대를 살고 있다. 온 세계가 거미줄처럼 연결이 되어 서로 교류해야만 사는 시대이다. 현실은 아닌 것 같다.  

    필자가 몇 년 전에 적어 두었던 시를 함께 나누고자 한다. 

낯간지러운 자 복이 있나니

창피함을 느끼는 자는
세상에서 치이고 밟히는 법이다
얼굴이 두껍지 못해
철면피처럼 버텨내지도 못한다
슬쩍 맞다고 우기기는커녕
벌건 얼굴로 큰소리치지도 못하는
변죽도 없는 사람이다

낯간지러움이 창피함을 부른다.
얼굴에 스멀스멀 무엇이 기어오른 것처럼,
속 얼굴이 홍당무가 되어
입술이 된서리에 얼어붙은 것처럼,
겨드랑이가 흥건하게 젖어
그 자리를 뜨고 싶은 것처럼,
숨이 막혀 심장이 엇박자로 뛰어
목소리가 떨리는 것처럼, 
창피함이 양심을 살게 한다

창피함이 사라진 세상에
더 이상 양심찬 인간이 존재할 수 없듯
낯간지러움은 신이 내린 고매한 복이다

일상을 누리기 전 낯간지럽도록
양심이 살아있어야 사람이다
낯간지러운 자 복이 있나니…

                                                [5.18.2020, 이상운]

    창피함이 사라진 시대를 우리는 살고 있다. 황망한 사건들이 일어나도 누구하나 책임을 지거나 사과하지 않는다. 잘못을 깨닫지 못하기 때문이다. 만약 당신이 낯이 간지럽다고 느낀다면 양심이 살아있다는 증거이다. 폭력과 전쟁을 일삼으면서 어찌 싸우지 말라고 가르치며, 평화라고 인사를 할 수 있겠는가. 낯간지러움이 있어야 인간의 존엄을 자각하는 양심 있는 사람이다. 아마도 싸움과 전쟁에 중독된 어른들은 초등학교 도덕 시간에 낙제 점수를 받은 것은 아닐까.  낙제를 했으니 졸업은커녕 고등교육도 모두 불법이다. 부모들의 아침 부탁과 평화라는 인사는 모두 거짓이 되고 만다. 그럼에도 창피함 없이 아이들에게 같은 부탁과 타인에게 인사를 하고 있겠지. 낯간지럼이 소멸되면 호모 사피엔스(Homo sapiens-슬기로운 사람)의 사유함도 없어진다. 대신에 목에 핏줄 세우며 남 탓만 해대는 양심 부재의 안하무인들이 늘어난다.    

    이제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은 무엇인가. 다시 초등학교 도덕 시간으로 돌아가야 할 것 같다. 어린 시절 어른들과 선생님들이 했던 부탁과 아름다운 인사를 다시 되돌려야 한다. 무엇보다 떳떳하지 못한 우리 어른들의 행동에 낯간지러워야 한다. 낯간지러운 창피함이 양심을 살게 하기 때문이다. 발톱을 숨긴 채 ‘평화가 있기를’이라고 인사하지 말자. 양심이 살아있는 보통 사람이 되는 길, 멀지만 가볼 만한 가치가 있는 길이다. 그 너머에 살만한 세상이 있지 않을까.

[*이상운 시인은 가족치료 상담가로 활동하며, (시집) ‘광야 위에 서다 그리고 광야에게 묻다’, ‘날지 못한 새도 아름답다’가 있다.]

*본 칼럼은 본보의 편집방행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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