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요일, 4월 30, 2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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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운 칼럼] ‘오늘’이라는 ‘선물’안에 거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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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운 시인

인간은 어떤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골똘히 집중한다.  ‘슬기로운 인간’인 호모 사피엔스의 특징일 게다. 경우에 따라 다르지만, 문제의 많은 부분은 걱정의 영역이다. 일어나지 않은 것이나, 이미 결론이 난 것들에 대한 걱정들이다. 이런 경우에는 골몰한 행위가 별로 도움이 되지 않을지도 모른다. 괜스레 자신의 감정과 몸만 삭히는 결과는 낳기 때문이다. 

그런데 실생활 혹은 성취의 문제라면 상황이 달라진다. 걱정을 넘어 조금더 밝고 진취적으로 집중을 요한다. 이런 과정에서 마주하는 큰 즐거움은 타인과의 만남에서 깨닫게 되는 문제의 실마리일 것이다. 예상치 못한 상황에서, 기대하지 않았던 사람에게서, 생각지도 못했던 방법이라면 더욱 흥분될 것이다.   

어느 날 환자를 만나기 위해서 문을 열었다. 인사를 하려고 하자, 먼저 환자가 밝게 인사를 했다. 60세가 넘은 여성 환자였다. 그런데 대뜸 나에게 ‘어디서 왔느냐’고 물었다. 축구 경기의 태클처럼 치고 들어온 질문이었다. 순간 얼떨떨한 기분이 들었다. 이런 질문을 받는 경우는 없었기 때문이었다. 

‘한국에서 왔다’고 하니, 그녀는 ‘안녕하세요’라고 주저 없이 인사했다. 깜짝 놀랐다. 조금 전 당황스러움은 온데간데없고 기쁨으로 채워졌다. ‘오우, 한국 인사를 어디서 배웠느냐’고 물었다. 자신은 이십 대부터 40여 개국의 인사말을 외웠다고 했다. ‘이렇게 인사를 하면 사람들이 즐거워한다’고 어깨를 들썩였다. 

병원을 거닐다가 한국어로 인사하는 직원을 만나면 그리 반가울 수가 없었다. 그들은 한국 음악과 드라마를 통해서 배웠다고 했다. 비록 두세 단어의 인사였지만, 다음에 우리는 친한 친구를 만나듯 인사를 나누곤 했다.   

그런 의미에서 먹고사는 문제가 아니라면, 우리는 유창하게 외국어를 구사할 필요는 없을지도 모른다. 한 단어라도 상대방의 언어로 건넬 수만 있다면, 그들은 친구처럼 마음을 열 것이기 때문이다. 

그녀는 애틀란타 시내에 위치한 동물 병원에서 일하는 간호사였다. 그녀의 집은 1:30분이 소요되는 거리에 위치했다. 하루 왕복 3시간의 거리였다. 놀란 나머지 ‘출퇴근을 얼마 동안 했느냐’고 물었다. 그녀는 ‘8년 동안 매일 다녔다’고 했다. 

내가 매일 즐기는 일이 있다. 다름 아닌 구글 지도에 들어가서 거리를 계산하는 것이다. 만일 새로운 곳으로 이사를 가면 직장과의 거리가 얼마나 될까, 측정하는 것이다. 수차례를 반복했지만 답이 나오지 않는 계산이며 예측이었다. 

이런 배경에서 나는 ‘어떻게 이리 힘든 출퇴근을 할 수 있느냐’고 흥미로운 어조로 물었다. 그녀는 전혀 생각지도 않은, 마치 다른 세계의 언어를 구사하는 듯 ‘STAY IN THE GIFT’라고 말했다. 

순간 나의 머리는 진공상태가 된 듯했다. 너무나도 쉬운 대답이었으나 몹시 궁금했다. ‘무슨 의미냐’고 물었다. ‘항상 차 안에서 감사함으로 지낸다’고 했다. ‘주변에 나무를 보며, 하늘을 보며, 오디오 책을 들으며, 오늘의 선물 속에 지내고 있다’고 미소 지으며 말했다. 마치 병실 안에 있는 현재도 즐기는 것처럼. 

‘처음에는 자신도 쉽지 않았지만 연습(Practice)하다 보니 자연스럽게(natural) 되었다’고 했다. 어제와 미래의 걱정 안에서 사는 것이 아니라, 오늘이라는 선물 안에 거하는 것이었다.  그렇다. 머릿속 시뮬레이션으로 집을 지었다, 무너뜨리기를 반복하면 무엇하겠는가. 

그녀의 말 한마디가 나의 행동이 허튼 짓이었음을 깨닫게 했다. 수년 동안 제고 계산했던 행동은 아직 먼 일, 때론 일어나지도 않을 일에 대한 우려였다. ‘오늘이라는 선물 안에 거한다’는 그녀의 말이 나를 낚아채듯 다른 세상으로 옮겨 놓았다.  우린 다가오지 않은 것들에 너무 골몰하며 산다.  

예전에 적어 놓아둔 ‘오늘’이라는 시를 함께 나누고자 한다.  

오늘

우리에게 / 오늘이란 어제아닌 지금 / 내일아닌 현재입니다
나에게 / 오늘이란 몽상아닌 찌릇찌릇 / 눈물아닌 의연함입니다
너에게 / 오늘이란 후회아닌 잠재의 시간 / 절망아닌 희망입니다
모두에게 / 오늘만이어도 괜찮은듯이 / 오늘만이라도 평온하듯이
서로에게 / 오늘이 마지막인 것처럼 / 오늘에게 최선을 / 오늘에게 응원을

[2020, 이상운]

[*이상운 시인은 가족치료 상담가로 활동하며, (시집) ‘광야 위에 서다 그리고 광야에게 묻다’, ‘날지 못한 새도 아름답다’가 있다.]

*본 칼럼은 본보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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