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요일, 5월 1, 2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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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운 칼럼] 앨버트로스 조금만 더 버텨다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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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운 시인     

   한적한 바닷가를 거닐면 먼저 반기는 존재들이 있다. 짠 냄새와 갈매기들이다. 갈매기들은 새우깡을 원하는지 마냥 주변을 맴돈다. 옹기종기 배들이 모인 포구에서는 사람들이 가격을 흥정하고, 그곳에서도 여전히 갈매기들은 사람들 일에 간섭이 많다. 멀리 해변에서는 눈을 지그시 감고 일광욕을 즐기는 무리들도 있다. 갈매기는 육지 끝과 바다의 시작에서 사는 바닷가 토박이들이다.   

   리처드 바크(Richard Bach)의 소설 ‘Jonathan Livingston Seagull’은 ‘갈매기의 꿈’이라는 제목으로 번역되었다. 갈매기들은 먹잇감을 찾아 바삐 움직여야 한다. 때론 썩은 음식을 가지고 싸움도 일삼는다. 그런 무리들 중에 유독 다른 꿈을 꾸는 갈매기가 있었다. 그의 이름은 조나단 리빙스턴 시걸이었다. 그는 먹이를 찾는 것에는 도통 관심이 없고, 더 높이 더 멀리 날기 위해서 열심히 훈련을 했다. 그의 이상행동이 전통적인 관습에 저항하는 것처럼 보였던지 무리들은 그를 따돌리기 시작했다. 결국 그는 외딴섬으로 추방당하고 말았다. 혼자가 된 그는 셜리반과 치앙의 도움으로 꿈에 그리던 자유로운 비행을 하게 되었다.

이상을 실현한 많은 갈매기들을 뒤로하고 그는 무리들에게 돌아가기로 결심을 했다. 스승 셜리반은 ‘가장 높이 나는 새가 가장 멀리 본다 (The bird that flies high sees the farthest)’라는 유명한 말을 해주었다. 그는 무리에게 돌아왔지만 무리들은 여전히 그를 환영하지 않았다. 그러던 중에 어린 갈매기 플레처가 자신과 같은 꿈을 꾸는 것을 알아보았고 그에게 비행술을 가르쳐 주었다. 몇몇 갈매기들도 관심을 갖고 비행술을 배우는 내용들이 펼쳐진다. 우화 같은 소설이지만 인간의 삶을 돌아보게 하는 내용이었다. 

    ‘가장 높이 나는 새가 가장 멀리 본다.’ 문장을 이리저리 돌리는 순간 얄궂은 질문이 머릿 구석을 스쳤다. 연안(沿岸)에서 살아야 하는 갈매기 조나단이 꿈꾼 롤 모델은 누구였을까.  혹시 조나단은 앨버트로스가 되고 싶은 것은 아니었을까. 

    앨버트로스는 조류 중에서 제일 큰 새이다. 날개 길이가 3-4 미터가량으로 몸길이가 91 cm에 달한다. 그런 이유로 ‘하늘의 조상이 보낸 새‘라는 뜻인 ‘신천옹’이라고 일컬어진다. 더불어, 움직임이 느린 이유로 ‘바보새’라는 별명도 있다. 이는 짓궂은 인간들이 만들어낸 무례한 표현이다. 앨버트로스를 존중하는 사람과 갈매기 조나단은 그를 ‘신천옹’으로 믿었다. 그렇지만 생태계 지수가 밑바닥인 인간들은 그들을 ‘바보새’라고 조롱했다.  

    믿기지 않는 독특한 점은 일반 조류들이 험한 폭풍우에 숨어있지만 앨버트로스는 비상한다는 것이다. 그들은 활공하는 것만으로도 수십 킬로미터를 비행하며, 회색 머리알바트로스는 수평비행으로 시속 127km/h로 날 수 있다. 생물학자 챈들러 로빈스(Chandler Robbins)의 연구에 의하면 ‘지혜(Wisdom)’라는 이름을 가진 레이산 알바트로스는 현재 71세가 되었다고 보고한다. 

    날개를 움직이지 않아도 높이 멀리 비행할 수 있는 새, 성품까지 좋은 새, 그 새가 앨버트로스이다. 분명 조나단의 꿈은 앨버트로스처럼 비행하는 것이었으리라. 편협한 관습을 박차고 꿈과 이상을 실현하려는 갈매기들은 신천옹처럼 날고 싶었을 것이다.  

   인류가 직면한 큰 문제는 하늘의 조상이 보낸 새인 ‘신천옹’이 멸종 위기라는 것이다. 갈매기의 꿈이었던 가장 높이 멀리 나는 새가 지구 위에서 소멸되고 있다. 원인은 무엇인가. ‘신천옹’을 ‘바보새’로 조롱하며 하찮게 여겼던 인간의 잘못이다.
  골프에서 기준타수보다 적게 치면 ‘버디’ ‘이글’ ‘앨버트로스’라고 부른다. 공통점은 모두 새들의 이름들이다. 그 중에 3타를 적게 치는 최고의 플레이를 앨버트로스라고 명한다. 골프를 하면서도 이상을 실현하는 최고의 모습을 ‘신천옹’에 비유한 것이다. 

    ‘바보새’라는 부르는 인간의 조롱이 지구 생태계 속 신천옹을 위기에 빠뜨린 것이다. 무지한 인류의 남용과 방치 때문에 새들의 꿈과 이상이 사라지고 있다. 신천옹의 직면한 멸종의 위기는 꼭 지구 생태계의 위기와 너무 닮아 있다. 하늘의 영물이 사라지면 과연 인류는 안전할까. 

    제일 위험한 순간에 날아오르는 앨버트로스가 필요한 시기이다. 새들의 꿈과 이상인 신천옹이 자유롭게 비상하도록 응원하면 어떠한가. 폭풍전야 같은 지구 생태계를 위해 희망차게 날아오르도록 말이다. 그들의 터전에서 안전하게 살도록 내버려 두자. 그들을 더 이상 ‘바보새’라고 조롱하지도 말자. 생태계 속 조류들에게 꿈을 도둑질하는 모욕이다. 

    인류가 자랑하는 최고의 문명은 지구를 급격하게 망가뜨리고 있다. 어떤 이들은 회복 불가능이라고 말하기도 한다. 지구의 역사를 지켜보았던 앨버트로스의 기분은 어떨까. 아니꼽다고 하지는 않을까. 대형 비행기들이 신천옹의 자리를 차지하고, 하늘을 내 놓으라고 억측을 부린다. 이제 설자리가 없는 그들은 쫓겨나는 듯 사라지고 있다. 

     뉴질랜드 남섬의 오타고 반도 끝에 가면 ‘로열 앨버트로스 센터’가 있다고 한다. 입구 구석에 낚싯바늘에 걸려 죽은 앨버트로스가 전시되어 있다. 멸종 위기종인 살빈알바트로스(Salvin’s Albatross)이다. 안쪽으로 들어가면 경악을 금치 못하는 전시물이 나온다. 200여 개의 플라스틱 쓰레기들이 한 상자에 전시되어 있기 때문이다. 그 쓰레기들은 바로 새끼 앨버트로스 한 마리에서 나온 것이라 한다. 사람의 칫솔과 장난감 등이 함께 섞여 있는 모습을 보며 안쓰러움과 창피함이 몰려왔다.  

    우린 어떻게 살아야 할까. ‘로열 앨버트로스 센터’ 근처에 전망대 앞에는 이런 글이 적혀있다고 한다. ‘한 사람이 변화를 만든다.’ 그 한 사람은 누가 되어야 하겠는가. ‘지혜 (Wisdom)’라는 앨버트로스가 71세가 되던 해에 많은 사람들이 SNS로 ‘Wisdom 오래 살아야 해’라고 응원을 했다고 한다. 필자도 ‘앨버트로스 조금만 더 버텨다오’라고 응원하고 싶다. 갈매기 조나단은 이렇게 말하겠지. ‘하늘의 꿈과 이상이여, 오래 살으소서.’  

[*이상운 시인은 가족치료 상담가로 활동하며, (시집) ‘광야 위에 서다 그리고 광야에게 묻다’, ‘날지 못한 새도 아름답다’가 있다.]

*본 칼럼은 본보의 편집방행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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