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요일, 5월 2, 2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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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운 칼럼] 숲이 북벌을 선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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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선의 17대 왕 효종은 대동법과 같은 개혁적인 제도를 시행했다. 그는 청나라의 침략으로 쇠약해진 조선을 재건하고자 군사력을 강화시켰다. 한반도 역사 이래 보기드문 정책을 그가 추진했는데 바로 ‘북벌론’이었다. 잦은 침략으로 고초를 겪었던 조선을 자립시켜서 청나라를 벌하자는 의견이었다. 아마도 병자호란 후 청나라에서 8년간 인질로 살았던 그의 치욕적인 경험이 영향을 미친듯하다. 후대의 지리한 당파 싸움으로 결국 파기되고 말았지만 조선의 당찬 기상을 보여주었다는 면에서 멋진 왕이다.  

    1994년 일간 스포츠에 연재되어 큰 인기를 누렸던 ‘남벌’이라는 만화를 기억한다.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만화가인 이현세 님의 작품이다. 100만 부라는 대히트를 기록하며 손을 뗄 수 없을 만큼 재미있었던 기억이 새록새록하다. 

    ‘북벌과 남벌’이라는 단어는 인간 역사의 부정적인 면을 그려내고 있다. 대조적으로 어떤 제국주의자들에게는 가슴 뛰는 일이기도 하겠지만 말이다. ‘벌伐’이라는 한자는 ‘쳐서 베다’는 의미를 가진다. 상대방과 적국의 목을 쳐서 벤다는 의미이다. ‘벌伐’은 침략, 전쟁 그리고 정복의 수순을 밟아간다. 과정의 새새에 얼마나 많은 피비린내가 풍길지 상상하기도 싫어진다. 이런 류들이 보통 나라들이 자랑스러워하는 역사들이다. 참혹한 포탄이 하늘과 건물을 뒤덮고 있는 우크라이나와 가자지구의 전쟁들을 보면 확연히 알 수 있다. 시대적 고찰하자면, 전쟁은 지금보다 과거에 훨씬 더 빈번했고, 오랫동안 지속되었다. 무참한 전쟁들 때문에 셀 수 없는  백성들이 베어져 쓰러졌다. 어떠한 합리적인 명분과 목적을 가졌다 해도 ‘벌伐’이라는 수단은 절대 정당화될 수 없다. 

    21세기 들어 북벌을 선언하고 빠르게 세력을 확장하는 그룹이 나타났다. 다름 아닌 숲이 범인이다. 생소한 명제에 머리를 갸우뚱할 수 있다. 숲은 지구를 살리고 태고의 신비와 아름다움을 간직한다고 믿기 때문이다. 숲이 어찌 그럴 수가 있는가. 인류에게 이(利)로운 존재로만 믿었던 숲이 북벌이라니. 그런데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벤 롤런스(Ben Rawlence)는 ‘지구의 마지막 숲을 걷다’라는 책을 출간했다. 4년여 동안 스코틀랜드, 노르웨이, 시베리아, 알래스카, 캐나다, 그린란드의 지구 북부한대수림에서 수목한계선을 연구한 내용을 기록한 것이다. 그는 ‘나무들이 북쪽으로 도약하고 있다. 그것도 해마다 수백 미터씩’이라고 말한다. 지구상 나무의 30%가량이 모인 곳이 북부한대수림이다. 거대한 바다 다음으로 큰 생물 군집인 셈이다. 그런 지구의 진짜 허파인 북쪽 숲들이 현재 빠르게 확장하고 있다. 아마존에서 나무가 베어지고 황량하게 되어가는 상황에서 숲이 확장되고 있다는 것은 기쁜 소식인가. 현실은 마냥 즐거워할 소식만은 아닌 것 같아서 찡하다. 그는 ‘나무가 건네는 것은 이제 위로가 아니라 경고’라고 강조한다. 열대화를 겪는 지구의 빙하와 영구동토층이 녹아내리면서 숲이 뿌리내릴 무대가 늘어나고 있다. 

    숲이 많아 보이는 한반도도 예외는 아니다. 2007년 일간 신문(중앙일보)에 ‘휴전선 근처에 웬 왕대 군락이?’라는 제목의 글을 읽었다. 강원도 고성군 야산에 왕대나무가 군락이 발견된 것이다. 100여 년 전 ‘증보문헌비고’에 따르면 왕대  북방한계선을 전남 담양, 제주도, 전라북도, 경상남도, 충청남도 지역이라고 기록했다. 그런데 2007년 고성군 동네 할머니는 ‘저게 모르긴 몰라도 생겨난 지 10년은 넘었을 거요’라고 대답했다. 한반도에서도 보이지 않을 뿐 조용히 숲들이 북상하고 있다. 아열대기후가 되었다는 증거이다.   

    과연 숲이 북벌을 선언하고 빠르게 북상하는 것이 우리에게 어떤 영향을 미칠까. 숲의 북벌이 지구에게 기회인가, 아니면 마지막 경고인가. 머릿속 물음표와 느낌표가 뒤섞여 딱히 대답을 찾지 못하겠다. 생태계 속 인간으로서 기회라고 말하고 싶지만, 지구의 현상들을 보면 경고에서 끝나지 않을 것 같아 마음이 쓰라리다.  

    국가들의 기후 협약 및 대책은 함흥차사처럼 보인다. 나라, 사회, 기업들이 서로 눈치만 보고 있기 때문이다. 노력이 없다고 말하는 것은 아니다. 그들의 노력들이 가상할 정도이지만 강 건너 불구경하고 있다. 당장 자신들에게 피해가 없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지협적인 뜬구름 대책을 내세워 개인들이 열심을 내지만 쉽지 않다. 이유는 구조적인 문제이기에 제도적인 결단이 없다면 개인은 삽질만 하는 꼴이 된다. 즉 한 두 명의 몸부림으로 해결이 되지 않을 만큼 이미 지구 생태계가 아프다. 

    ‘피아노 숲’이라는 애니메이션 영화를 기억하는가. 주인공인 카이는 숲에서 피아노를 연주한다. 그가 머무는 피아노 숲은 평화롭고 안식을 주는 곳이다. 그를 다시 일으켜 세우는 장소였으며 어머니의 품과 같이 포근한 곳이었다. 원본 만화책에서 이런 대사가 등장한다. 

      ‘성격을 갑자기 바꿀 수는 없는걸, 그렇다면 더더욱 글렀잖아?’ 

      ‘성격이 아니라, 마음을 바꾸라는 거야. 성격이란, 원래 바꿀 수 없는거야.’ 

    카이가 다카코에게 하는 대사이다. 그렇다. 자연을 지배하려고 했던 인간의 탐욕과 침략이라는 본능적 성격은 바꾸기 쉽지 않다. 서로 피해를 겪고 있음에도 구체적인 법적 구조적 합의로  옮기지 않는 것을 보면 알 수 있다. ‘그렇다면 더더욱 글렀잖아?’라고 포기해야 하는가. 만약 성격이 아니라면 마음을 바꿀수는 있지 않을까. 

    필자는 조심스럽게 제안을 하고 싶다. 우리의 마음속에 아름다운 숲 하나를 가져봄이 어떠한가. 카이의 피아노 숲처럼 말이다. 동네 주변에 작은 숲과 친해지는 노력은 어떠한가. 인간이 숲의 일부로, 숲이 인간의 친구가 되는 것이다. 숲과 함께 상생을 꿈꾸며 생태계를 존중하는 사람이 되어 보자는 말이다. 이런 마음가짐의 전환이 있어야 지구 생태계를 회복하려는 숲친화적 사람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숲의 북벌이 인류에게 마지막 경고가 아니라 희망의 기회가 되기를 간절히 바라본다.

[*이상운 시인은 가족치료 상담가로 활동하며, (시집) ‘광야 위에 서다 그리고 광야에게 묻다’, ‘날지 못한 새도 아름답다’가 있다.]

*본 칼럼은 본보의 편집방행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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