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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운 칼럼] 미국을 지탱하는 ‘가족 중심’의 문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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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운 시인

결혼도 묘연한 젊은 세대에게 가족과 자녀에 대한 글은 소행성 B612호에서 일어나는 것으로 치부할지도 모른다. 충분히 현실을 절감하기에 오해 없이 읽기를 바란다. 오늘의 이야기는 이미 가족을 일군 사람들을 위한 것이다. 한국의 젊은 부모들과 달리, 예전의 부모들은 자녀들에게 ‘사랑한다’는 표현에 매우 인색했다. ‘사랑한다’라는 말을 몰랐다기보다는 말하지 않아도 이미 알고 있다는 혼자만의 강다짐이었다. 개중에 쑥스러운 사람들도 있겠지만. 가부장적인 남자들은 부부간에도 꼭 말해야지 아나,라는 퉁명한 태도로 일이관지했다. 마음만 있으면 됐지, 겉으로 표현까지 해야만 하느냐,는 식이었다. 어디서 발끈한 자신감인지 모르겠다. 

한국의 가족에서 가장의 역할은 밖에서 열심히 일하는 존재로 각인되었다. 식솔들을 먹이고 입히기 것에 특성화된 앞만 보고 뛰는 사람처럼 보인다. 고단한 세파를 버텨내며 가족을 위한 최선의 선택이라고 믿었다. 이런 신념은 당시 사회적 흐름에 바탕을 둔 자연적인 몸부림이었을 것이다. 그럼에도, 짚고 넘어갈 것은 가족의 소소한 아름다운 기억을 놓치고 산 것은 부인할 수 없다. 자녀들이 어떻게 자랐는지, 무엇을 좋아했는지, 오직 가족만 알아야 하는 고운 추억을 허송한 것이다. 한국 사회에 돌고 있는 후폭풍과 같은 가족의 역기능과 분열이 이를 증명한다. 혹시 그런 시대적 ‘라떼’들을 나도 옳은 양 헛일을 거듭했던 것은 아닌지. 나를 자각하기 위해 쓴 ‘항해’라는 시를 함께 나누고자 한다.  

항   해

한 가족이 항해를 하고 있다
아빠는 목적지를 향하여
땀을 흘리며 앞을 바라며 열심이다

아내와 아이들은 
아빠가 바라보는 목적지보다는 
항해를 하는 동안 배 안에서 
얼마나 행복하고 즐거운가를 생각한다

아빠는 열심히 자기의 일을 하고 있노라고 하지만
아내와 아이들에게는 
아빠가 생각하는
목표나 성취감에는 별 관심이 없다

가족을 위해 열심히 살았노라
아빠는 고백을 하지만
이미 단절된 관계는 어찌하란 말인가

인생의 목표와 성공도 중요하겠지만
더욱 중요한 것을 아빠는 간과看過하고 있다 
다름 아닌 가족의 웃음이다
가족의 소소한 행복이다

사랑하는 가족에게 
선물과 상처를 주는 대신  
세상의 모든 아빠들이여
주위를 돌아봐야 할 시간이다

[나에게 하는 말이다]

[‘광야 위에 서다 그리고 광야에게 묻다’ 중에서, 2017, 이상운]

인생의 항해에서 가족 구성원들의 시각은 제각각이다. 보통 키를 잡은 사람이 목표 지향적이라면 다른 구성원들은 관계 지향적이다. 이런 서로의 어긋남은 가족들에게 어떤 영향을 미칠까. 지구별에서 제일 아름답고 평화로워야 할 가족이 사막화가 되는 수순을 밟게 된다. 이를테면, 성공을 위해 질주하던 사람의 자리는 가족 안에서 사라지게 된다. 나머지 가족들이 못 이기는 척 마음을 연다면 지속은 될 테이지만, 구태의연한 사고를 해체하지 않으면 끝내 가족은 분열되고 만다.   

한국은 ‘우리’라는 정신을 가진 아름다운 민족이다. ‘우리’가 가진 함의는 개인보다 타인과 공동체를 먼저 존중한다는 것일게다. 이상적이라서 관심을 갖는 서양 사람들이 제법 있다. 때론 지구별의 대안은 아닐까 격앙하기도 한다. 그런데 실상은 ‘우리’라는 사고에는 경직된 의무감 같은 부자연스러움이 깔려있다. 동시에 ‘관계주의’라는 부정적인 모습으로 변질되어 사회의 배경을 잿빛으로 칠하기도 한다. 존중 없는 희생만 강요하는 것처럼 말이다. 

대조적으로, 서양 동네 중에 하나인 미국은 어떠한가. 보통 미국은 ‘개인주의’가 팽배하다고 미루어 짐작한다. 미국인들도 인정하고 있으니 사실이겠지만 다른 의견도 있을 법 하다. 많은 곳에서 ‘미국을 지탱하는 힘’을 논할 때 보이는 ‘국력’이 아닌, 보이지 않는 ‘정신’에 있다고 주장한다. 자원봉사, 기부문화, 개척자 정신, 다양성, 창의성 등일 것이다. 이 정신들을 유심히 들여다보면 ‘개인’이 아니라 ‘공동체’에게 초점을 맞추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상담가로서 체득된 나의 경험으론, 미국은 ‘가족 중심’의 문화가 깊이 자리하고 있다. 먼저 가족과 공동체를 고려한다는 것이다. 그들의 예의(Manner)가 여기에서 출발한다.    

지난주, 중환자실에서 많은 가족들이 모였다고 콜이 왔다. 한 딸이 마지막으로 도착하면 환자의 인튜베이션을 제거할 것이다. 자연스럽게 마지막을 맞이하겠다는 가족의 뜻이다. 딸이 도착하자 엑스튜베이션을 시작되었다. 가족들이 한두 명씩 울기 시작했다. 서로 위로하듯 감싸 안으며, 눈물로 서로의 격한 슬픔을 받아내었다. 딸은 환자인 아버지를 안고 나지막한 소리로 울었고, 서로 돌아가며 마지막 인사를 건넸다. 심장 박동이 급하게 떨어지더니 컥 컥하는 소리와 함께 환자의 숨이 멈추었다. 환자의 아내가 남편에게 다가서더니, 그의 수염과 머리칼을 만지기 시작했다.  이내 남편의 머리를 껴안고 자신의 머리를 그 옆에 뉘었다. 그 모습을 바라보는 가족들의 눈시울이 붉어졌다. 이 어찌 아름다운 순간이 아니겠는가. 자녀들의 나이를 짐작해 보면 그들의 결혼은 50년은 족히 넘었을 것이다. 남편, 아버지, 삼촌으로서 슬픈 이별인 동시에 그의 부재를 절감하는 첫날이 되었다.  

오래전 나는 캠퍼스 밖 요양 시설에서 실습을 했다. 그곳 사람들을 대할 때마다 나의 결론은 나이가 들수록 가족 옆에 살아야 한다,는 것이었다. 은퇴자들 대부분은 근거리에 가족들이 살고 있었다. 수시로 그들의 자손들이 들려 시간을 보냈다. 어떤 아들은 퇴근 후 부모님과 함께 저녁노을을 보곤 했다. 이런 모습은 내가 근무하는 병원에서도 다양한 모습으로 나타났다. 결손 가정을 제외한다면 대부분 환자들은 주변에 자녀들 또는 형제자매들이 살고 있었다. 자식이 없다면 조카들이라도 방문하며 간호를 했다. 중부와 남부 지역의 고유한 색깔 일 수도 있겠지만 나에게 진한 감동을 주는 ‘가족 중심’의 문화였다.  

흥미로운 점은 미국인들의 명절에 있다. 그들이 생각하는 명절의 꽃은 가족 식사이다. 가족끼리 모이지 않으면 별달리 할 일도 없는 날이다. 동시에 거의 모든 식당들도 명절에는 문을 닫는다. 미국인들은 명절이 곧 가족 모임의 날로 인식하는 것이다. 보통 미국인들의 여행 계획은 명절 기간에 가족모임으로부터 시작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어떤 직원은 명절에 몇 십 명이 모인 대가족들도 있었다. 이민의 나라이기에 가능한 일이다. 그들도 안다. 명절은 오직 가족 모임의 날이라는 것을. 

이뿐이겠는가. 미국은 저녁 문화도 없다. 늦은 오후부터는 오롯이 가족과 함께 시간을 보내야만 한다. 자녀들이 자동차를 운전하기 전까지는 부모는 5분 대기조처럼 그들을 위해 헌신해야만 한다. 학교가 끝나는 시간이면 정문에 모여드는 학부모들을 보면 경이롭기까지 하다. 한국에서는 볼 수 없는 광경이기 때문이다. 미국의 회사와 기관도 별반 다르지 않다. 아이들 일이라면 어떠한 질문도 덧붙이지 않고 우선순위가 된다. 

나의 얕은 경험으로는 ‘가족 중심’의 문화가 미국을 지탱하는 근간은 아닐까 싶다. 핵가족화를 넘어 혼자 사는 가구들이 급속도로 늘어나는 한국이다. 드라마 ‘전원일기’와 ‘응답하라 1988’처럼 가족이 옹기종기 모여 음식을 나누던 옛 풍경이 그리운 시대이다.  

[*이상운 시인은 가족치료 상담가로 활동하며, (시집) ‘광야 위에 서다 그리고 광야에게 묻다’, ‘날지 못한 새도 아름답다’가 있다.]

*본 칼럼은 본보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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