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요일, 5월 2, 2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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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운 칼럼] 너도 나도 모두 주연이며 엑스트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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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 이상운

‘인생이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사람들은 할 말이 많을 것이다. 일상에서 인문학적 질문을 몸소 살아내고 있기 때문이다. 인생은 멀리서 보면 천편일률처럼 보이나 가까이서 보면 전혀 같을 수 없는 양각과 음각으로 새겨지고 있다. 따라서 인생이란 고유한 작품은 타인에 의해 옳고 그름으로 판단되거나, 순위로 매겨질 수 없는 영역이다. 존중받아 마땅한 가치로운 것이 각자의 인생이다.   

인생을 생각하면 오만가지 감정들이 중첩되는가, 나이가 들었다는 증거이다. 반대로 인생이라는 단어가 마냥 어색하다면 푸릇한 젊은이라 해야 할 것이다. 흥미로운 것은 지구에 흐르는 시간은 주파수가 일정하지만 수용하는 사람들에 따라 ‘빠르다’와 ‘느리다’ 제각각으로 인식한다. 후회, 아쉬움, 벌써, 아직도, 무료함, 지겨움이 뒤섞인 시간이라는 감정들이다. 

심심치 않게 인생이라는 제목의 가요들을 접하게 되는데 ‘인생은 미완성’ ‘인생은 드라마야’ ‘인생은 생방송’ ‘인생은 60부터야’ 등이다. 가수 고 최희준님은 ‘하숙생’에서 ‘인생은 나그네길 어디서 왔다가 어디로 가는가, 구름이 흘러가듯 떠돌다 가는 길에, 정일랑 두지 말자 미련일랑 두지 말자 인생은 나그네길…’라고 노래했다. 

가요에서 느껴지는 인생은 예찬보다는 한탄처럼 들린다. 아마도 빠르게 흘러가는 시간에 대한 미련과 후회 때문이리라. 숨겨진 이유를 찾는다면 인생이라는 무대에서 화려한 주연이 되고 싶었지만 조연과 엑스트라처럼 산 것에 대한 아쉬움은 아닐까 싶다. 꼭 그런 감정이 잘못된 것은 아니다. 결코 쉬울 리없는 인생에서 주연처럼 살기란 녹록지 않기 때문이다. 

표면적으로, 인생이라는 사회는 주인공만을 기억하는 것처럼 보인다. 꼭 집어서 어떤 것이 원인이라고 탓할 수 없는 것처럼 보인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너도 나도 모두 주연이 되고 싶어 하는 것처럼 보인다. 작품을 올리기 위해 열심이었던 주변인들의 수고는 가려진 것처럼 보인다. 주연만 조명을 받아 도드라지고 조연과 엑스트라는 묻히는 것처럼 보인다. 

필자는 ‘것처럼 보인다’라는 표현을 사용했다. 인간은 감정의 동물이기 때문이다. 개인의 내면 속에 머물고 있는 감정이란 전혀 객관적일 수 없다는 말이다. 극히 주관적인 영역이라서 허상, 착각, 오해에 빠지기 쉬운 부분들이다. 솔직히 객관적이라는 표현조차도 문제가 있어 보인다. 다양성이 입증된 탈현대의 시대에 어떤 것이 객관적일 수 있겠는가. 감정 속에서 타인이 주연처럼 보일뿐 타인의 감정을 우린 알 수 차릴 수 없다는 것이다.  

오래전 가족이 함께 모여 2000 조각 퍼즐을 맞추기 시작했다. 늦은 밤 딸아이가 잠자리를 들면서 애원을 했다. 자신이 마무리하도록 남겨 놓으라는 부탁이었다. 승부욕이 발동했는지 우리는 약속을 깨고 새벽빛을 보고 말았다. 그 순간을 시로 남겼다.  

인생이란 퍼즐

새벽녘 빛이 창문을 / 비집고 오는 줄도 잊은 채 / 퍼즐과 마주 앉았다
그는 나를 끌어안고 / 놓아주질 않는다

지금 이 시간도 / 처한 모든 상황도 / 만나는 모든 사람들도
미래의 조각 맞춤을 위한 / 가치 있는 한 조각의 / 퍼즐로 채워질 것이다
인생 퍼즐에서 / 주연 없는 엑스트라 없고 / 엑스트라 없는 주연도 없을 터
너도 나도 모두 주연이며 / 엑스트라이다

내 인생 퍼즐 맞추기 / 나는 주연이며 
타인은 날 위한 조연이며 / 엑스트라이다
타인의 인생에서 / 나는 그저 그들을 돋보이게  
조연이며 엑스트라이다

인생이란 퍼즐 게임은 / 서로 함께 세워가며 / 붙잡아 주는 것이다
주목받지 않는 / 색상의 조각이 없다면
화려한 색상의 큰 그림은 / 존재할 수 없다 

[‘광야위에 서다 그리고 광야에게 묻다’ 중에서, 2017, 이상운]

   퍼즐을 맞추다 보면 화려한 색상의 그림들이 돋보인다. 여백의 색들도 있는 듯 없는 듯 존재하는데도 말이다. 만약 인생을 퍼즐로 비유한다면 어느 부분이 중요하다고 생각하는가. 화려한 부분인가 아니면 여백의 부분인가. 중심부인가 아니면 가장자리인가. 잊지 말아야 할 퍼즐의 법칙은 한 조각이라도 놓치면 미완성이 된다. 모두 각자의 중요한 가치를 가진다는 의미이다. 처음에는 주연처럼 보이는 부분을 맞춰가는 것이 쉬울 수 있다. 그렇지만 여백의 조각들을 채우지 않으면 퍼즐은 미완성이다. 인생이 계속 공사 중이거나 끝내 방치 중이 된다. 

    인생이라는 퍼즐의 중요한 특징은 무대가 모두 제각각이라는 것이다. 서로 언어의 표현이 다르듯 사유의 틀, 자라온 문화, 느끼는 감정이 다르기 때문이다. 서로의 무대가 처음부터 다르게 시작한 것이다. 고로 나의 인생은 타인이 절대 흉내 낼 수 없는 독창적인 무대가 된다. 타인은 내 인생 퍼즐 맞추기에서 조연이며 엑스트라일 뿐이다. 그렇지만 잊지 말아야 할 것이 있다. 퍼즐에서 주연만이 아니라 조연과 엑스트라가 여백을 채운다는 것이다. 따라서 인생이란 나 혼자 완성할 수 없는 아름다운 영역이 된다. 타자가 없으면 나도 없고, 내가 없으면 타자도 없다. 너도 나도 모두 주연이며 엑스트라가 된다. 인생이란 서로 함께 세워가며 붙잡아 주는 것이다. 주목받지 않는 색상의 조각이 없다면 화려한 색상의 큰 그림은 존재할 수 없기 때문이다. 

    퍼즐을 하면서 깨달음은 꼭 내가 주인공이 될 필요는 없다는 것이다. 멋진 조연과 엑스트라가 되어 주는 것, 아름답지 아니한가. 주목받지 않는다고 자책과 열등으로 탓하지 않기를 바란다. 누구도 침범하지 못하는 인생의 퍼즐에서 당신이 주인공이니까. 누가 알겠는가. 타인의 퍼즐에서 당신의 여백을 눈물겹도록 감사할지도 말이다.   

   법정 스님의 법문집 중에 ‘일기일회(一期一會)’라는 제목이 있다. 일기일회란 ‘지금 이 순간은 생애 단 한 번의 시간이며, 지금 이 만남은 생애 단 한 번의 인연’이라는 뜻이다. 생애 단 한 번의 시간처럼, 생애 단 한 번의 인연처럼 오늘을 살면 어떠한가. 너도 나도 모두 주연, 조연, 엑스트라이기 때문이다. 

[*이상운 시인은 가족치료 상담가로 활동하며, (시집) ‘광야 위에 서다 그리고 광야에게 묻다’, ‘날지 못한 새도 아름답다’가 있다.]

*본 칼럼은 본보의 편집방행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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