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요일, 5월 2, 2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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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운 칼럼] 경리단길을 밝히는 아름다운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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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운 시인

말과 언어의 은하수에서 아름다움이라는 행성을 개념화하기란 쉽지 않다. 표현하는 사람들에 따라 다양한 관점들이 자전과 공전을 하듯 작용하기 때문이다. 획일화되지 않는 갖가지 문화, 경험, 전통, 시대 안에서 직관과 감각으로 인식되기 때문이다. 그런 이유로 동일한 광경을 보고도 사람마다 느끼는 감정과 표현이 다르다. 다분히 정상적이지만 이런 다름(difference)을 혐오스럽게 여기는 사회와 문화가 존재한다.  

이런 질문은 어떠한가. ‘나는 아름다운가.’ 만약 ‘그렇다 또는 그런것 같다’ 라고 응답을 한다면 당신은 자신을 사랑하는 사람이다. 자기 존중감을 가진 사람이라는 것이다. 당신이 가진 아름다움은 넓고 깊어서 포용력이 남다르다는 의미이다.  

   반대로, ‘나는 아름답지 않다, 왜 이렇게 나는 못났을까’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은 자신에게 불만이 많다는 증거이다. 자기만족과는 거리가 멀어서 타인과 비교하기에 급급한 사람들이다. 그들은 현상적인 것에 집중한 나머지 매사에 자신은 사라지고 타인만을 동경한다. 타인으로 인해 웃고 우는 롤러코스터를 타고 산다.   

   사람들은 아름답다는 말을 즐겨 사용한다. 다양한 표현들 속에서, 나는 흔하지 않는 소중한 것을 아름다움이라고 말하고 싶다. 주변에 흔하게 보이는 것들은 본능적으로 하찮게 여기는 경향을 사람들이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표현은 어떠한가. 사회의 다수가 추구하는 것이 아닌 희소성과 차별성을 품고 있는 것이 아름답다. 사람에게 아름다움을 비유한다면, 나는  건강한 자존감을 가진 사람이 아름답다고 여긴다.  

   그리스 신화 중에 재물의 욕심이 남달랐던 미다스라는 왕이 있었다. 어느 날 디오니소스 신이 미다스에게 큰 약속을 했다. 그가 손을 대면 모두 황금으로 변하게 해 주겠다는 것이다. 그는 기쁜 나머지 집안에 각종 도구 및 옷가지 등을 황금으로 만들었다. 그는 세상을 모두 소유한 것처럼 행복했다. 그의 배에서 배꼽시계 소리가 울리자 음식을 먹기 위해 손을 댔다. 황금으로 변하고 말았다. 당황했지만 황금이라고 생각하니 별문제가 되지 않았다. 마침내 사랑하는 가족들도 황금이 되고 말았다. 미다스왕에게 아름다운 황금은 전혀 아름답지 않게 되었다. 그에게 아름다움은 이제 눈물의 지옥으로 바뀐 것이다. 황금이 아름다운 것은 희소성과 차별성이 있기 때문이다. 

   한국 강화도를 방문한 적이 있었다. 나는 주민에게 ‘이렇게 아름다운 곳에 사시니 좋으시겠어요’ 말을 건넸다. 그분은 예상하지 못한 대답을 했다. ‘여기서 나고 자라서 그런지 잘 모르겠어요.’ 그렇다. 아름다운 광경도 매일 펼쳐지면 무디어지고 지겨운 법이다. 

   이태원 거리를 서쪽으로 끝까지 걸으면 녹사평 대로를 만난다. 북쪽에 위치한 남산 쪽으로 따라 오르면 왼쪽에 경리단길을 발견한다. 길의 명칭은 용산 기지의 국군재정관리단의 옛 명칭에서 유래한다. 예전 이름이 회나무로가 되었다가 용산구에서 경리단길로 지정했다. 그리 길지도 넓지도 않은 언덕의 좁은 골목길이다. 구부정한 좁은 인도를 따라 오르면 얕은 숨이 차오른다.  언덕을 중간에는 해방촌에 맞닿아 있고, 오른쪽으로 오르면 남산 하얏트 호텔을 만난다. 미군 용산 기지 덕분에 많은 외국인들이 즐겨 찾았던 곳으로 유명했다. 

   경리단길이 새로운 트렌드를 만들었다는 뉴스를 들었다. 전국에 ‘리단길’이라는 이름으로  20여 개가 생겨났다는 소식이었다. 이태원동에 위치한 언덕배기 경리단길이 전국 리단길의 원조인 셈이다. 

   어떤 이유로 사람들이 경리단길을 찾는 것일까. 반듯반듯한 화려한 쇼핑몰에서 느끼지 못하는 골목길의 정감 때문이다. 도시 아파트에 살고 있는 세대들에게 구불구불한 언덕 골목길 가게들이 매력적으로 보인 것이다. 교통과 공간의 불편함에도 불구하고 세련된 아름다움이라고 인식하는 경향들이다. 화려한 도시의 쇼핑몰과 다른 희소성과 차별성을 좁은 골목길에서 느낀 것이다. 그래서일까. 전국 리단길을 투어하려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고 한다. 

   나는 경리단길을 오르며 아름다운 사람들을 보았다. 희소성과 차별성을 찾아서 온 사람들은 경리단길에서 소비와 즐거움을 위하여 왔을 것이다. 나는 그들 중에서 드러나지 않았지만 마음으로 눈여겨보면 보이는 사람들을 발견했다. 그 아름다운 사람들의 길은 소비가 아니라  생명을 살리는 길이었다. 큰 희소성과 차별성 안에서 더 작게 희소하고 차별된 사람들이었다. 그들은 드러내지 않다도 드러나는 아름다움이었다. 감추어있지만 감출 수 없는 존재들이었다. 좁은 인도 길에서 쭈그리고 앉아 삼삼오오 김밥 한 줄로 늦은 점심을 해결하고 있었다. 모르는 사람들이 보면 길거리의 배회자처럼 보였다. 그들은 노오란 조끼를 입고 서로 웃으며 김밥을 먹고 있었다. 주변의 눈을 의식하지 않는 건강한 자존감을 가진 사람들이었다. 삶의 의미를 좁은 인도 길에서 발견한 것처럼 보였다. 그들은 바로 ‘유행사’ 자원봉사자들이었다. 유행사란 ‘유기동물 행복찾는 사람들’을 가리킨다. 소비를 위해서 모인 좁은 골목길에서 그들은 손수 돈을 내면서 자원봉사를 하는 사람들이었다. 그들을 아름답게 만든 것은 바로 자원봉사였다.  그들이 경리단길을 밝히는 아름다움이었다. 

   생텍쥐페리가 쓴 ‘어린 왕자’에 나오는 구절이다. 소행성 B612에 살고 있는 장미에게 가려고 어린 왕자가 여우에게 안녕을 구했다. 여우가 눈물을 머금으며 말했다. ‘잘 가 어린 왕자. 내가 마지막으로 비밀을 하나 말해줄게, 이건 아주 간단한 거야. 무엇이든지 마음의 눈으로 볼 때 가장 잘 볼 수 있다는 거야. 가장 중요한 것은 눈에 안 보이거든.’ 

   그렇다. 내가 사람이 아름답다고 느낄 때는 대가를 바라지 않는 자원봉사자들을 만났던 순간이다. 성공을 위해 전력질주 해야만 하는 사회적인 풍토 안에서 그들의 방향은 희소하고 차별되었기 때문이다. 그들은 잘 드러나지 않는 곳에서 작은 생명의 빛을 동물들에게 사람들에게 밝히고 있었다. 소비의 눈이 아닌 마음의 눈으로 보아야 발견되는 아름다움이었다. 자신을 사랑하는 아름다운 사람들이다. 소중한 아름다움은 우리 주변에  듬성듬성 자리하는 법이다. 마음의 눈으로 보아야 가장 잘 볼 수 있다. 가장 아름다운 것은 눈에 잘 안 보이기 때문일 것이다.   

[*이상운 시인은 가족치료 상담가로 활동하며, (시집) ‘광야 위에 서다 그리고 광야에게 묻다’, ‘날지 못한 새도 아름답다’가 있다.]

본 칼럼은 본보의 편집 방행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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