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식: 전 애틀랜타 한인문학회장
친親이 주는 메시지
한문에 ‘어버이 親자’가 있습니다. 오늘은 그 ‘親’ 자에 관한 이야깁니다.
한문의 ‘親자’를 가만히 들여다보면, 설立자 밑에 나무 木자가 있고 그 우측엔 ‘볼 見’자가 있습니다. 그 러니까 ‘나무 위에 서서 본다’라는 뜻입니다. ‘나무 위에 서서 본다’라는 뜻을가진 親자의 유래는 이러합니다.
중국의 당나라 시대에 어느 시골에 홀어머니와 장성한 아들이 살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하루는 그 아들이 출타할 일이 생겼습니다. 어머니께 해 질 무렵이면 돌아올 것이라며 집을 나섰습니다. 저녁 때가 되었습니다, 해가 기울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온다던 아들이 돌아오지 않아 자꾸만 사립문 쪽을 보다가, 어둑살이 끼기 시작 하면서 어머니는 마음이 조급해지기 시작했습니다.
사립문 밖에 나와서 아들 오기를 기다려도 아들은 오지 않았습니다. 마침내 어머니는 마을 뒷동산에 올라 마을 입구를 내려다보며 기다리다가, 조바심을 이길 수 없어 나무위에 올라가 아들이 오는가를 확인하려고 더 멀리까지 바라다 보고 있었습니다. 어둑살이 짙어질 무렵에 한 사람이 마을로 들어서는 것이 보였습니다. 어머니는 나무 위에서 아들 오는 모습을 보고 외쳤습니다. “아들아 무사히 돌아오는구나. 내가 여기 나무 위에 올라와 보니 네가 오는 모습을 바라볼 수 있었단다.”라고 말입니다.
이 고사에서 ‘어버이 親’ 혹은 ‘친할 親’이란 親자가 만들어졌다고 합니다.
그래서인지 이 親자가 들어있는 말은 나쁜 말이 하나도 없습니다. 부친父親, 가친家親, 모친母親, 친구親舊, 친지親知, 친정親庭, 친밀親密, 친목親睦, 친정親政,
친선親善, 화친和親, 친서親書, 친필親筆, 친애親愛… 끝이 없습니다.
그런데요, 대통령이나 높은 지위에 있는 분들이 대국민 연설을 하려면, 으레히 제일 먼저 하는 말이 있습니다. “親愛하는 國民 여러분…”으로 시작합니다. 그 뜻이 얼마나 좋습니까? 때로는 ‘존경尊敬하는’아니면 ‘경애敬愛하는’으로도 시작합니다.
그런데, 이 말을 들을 때면, 지금 하는 저 말이 정말 가슴에서 우러나오는 말일까? 하고 생각하니, 바로 그것이 문제란 말이지요. 다시 말해 “親愛하는 국민 여러분…”이 좋은 말이기 때문에 하는, 그냥 입에 발린 말 같이 들린단 말이지요. 형식적인 말로 들린다는 것입니다. 그렇게 듣는 내가 잘못인지, 아니면 정말로 내 생각과 같이 입에 발린 마음에도 없는 말인지 영 알쏭달쏭할 때가 참 많습니다.
왜냐구요, 평소에 업무를 수행하면서 그동안 국민의 눈에 비쳐진 모습은 존경尊敬을 받거나 신임信任을 받을 만한 모습이 아닌데, 그런 지도자의 입에서, “親愛하는 국민 여러분…“ 하면 그게 있는 그대로 아름다운 말로 들릴 리가 만무하기 때문이지요.
이렇게 아름다운 말 “親愛”라는 어휘가 남용된다는 느낌이 나지 말아야 하는데, 그렇질 못하니까 하는 말입니다. “親愛하는 국민 여러분”이란 말이 정말 곧이곧대로 받아들여지는 우리의 정치풍토政治風土이기를 바라는 마음 간절하여 오늘은 ‘친할 親자’의 유래由來와 뜻을 짚어 본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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