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낳은 세계적인 리릭 소프라노 캐슬린 배틀이 부른 크리스마스 성가 모음. 합창단 솔로이스트 출신인 그녀는 메조 소프라노 제시 노만,바버라 헨드릭스와 함께 세계 3대 흑인 소프라노 이다.
흑인 특유의 미성과 긴 호흡은 듣는 사람들의 귀를 달콤하게 감싼다. 차별이 심한 클래식계에 오로지 실력과 미성으로 세계 정상을 차지한 실력파.
1948년 오하이오 포츠머스에서 철강공의 딸로 태어난 배틀은 초등학교 음악 교사를 하다 오디션에 응시해 1977년 바그너 오페라 ‘탄호이저’로 메트 무대에 화려하게 데뷔했다.
이후 헨델의 ‘줄리어스 시저’에서 클레오파트라, 모차르트의 ‘피가로의 결혼’에서 수잔나, ‘마술피리’에서 파미나 역 등을 맡으며 세계 유수 오페라 무대에 올라 찬사를 받았다.
‘캐슬린 배틀이 노래하는 모차르트’ 등 5개 음반으로 그래미상을 받기도 했다.
그러나 1994년 ‘연대의 딸’ 개막을 일주일 앞두고 당시 총감독이던 조지프 볼프는 메트 무대에 224번이나 올랐던 배틀을 갑자기 해고했다.
“리허설 도중 배틀의 프로답지 못한 행동”을 이유로 들었다.
이후 배틀이 리허설 동안 다른 배우들을 모두 나가게 했다거나 리허설에 지각하거나 빠지는 일이 잦았다는 등의 소문이 빠르게 퍼졌고, 배틀은 이후 오페라 대신 독창회 무대에서 주로 관객들과 만나왔다.
피터 겔브 메트 오페라 총감독은 최고의 모차르트 가수로 꼽혔던 배틀을 모차르트 오페라 무대로 영입하려고 했으나, 배틀이 고사하면서 대신 오케스트라석과 음향 장벽이 갖춰진 무대에서 영가 독창회를 열기로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NYT는 2016년, 22년만에 메트에 복귀한 배틀에 대해 역시 메트에서 해고된 후 7년 뒤인 1965년 전설적인 무대 ‘토스카’로 복귀했던 마리아 칼라스 이후 오페라계의 최대 ‘해고 번복'(unfiring)이라고 표현하기도 했다.
이토록 아름다운 목소리를 지닌 그녀도 올해 73세가 됐다니… 세월은 참으로 빠르기만 하다. <유진 리, 오케스트라 지휘자, 작곡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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