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일, 5월 4, 2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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텍사스 ‘사실상 낙태금지’ 시행, 바이든 “헌법상 권리 침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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텍사스주의 낙태제한법 시행에 반대하는 시위[오스틴크로니클/AP=연합뉴스 자료사진]

보수주의의 아성 텍사스, ‘6주이상 낙태 제한법’ 파장…시민단체 반발

바이든 “1973년 판례로 확립된 헌법 권리 침해…낙태권 보호할 것”

미국 보수주의의 아성인 텍사스주(州)에서 강간 등을 포함한 어떠한 경우라도 사실상 낙태를 금지하는 새 낙태제한법이 1일(현지시간)부터 시행에 들어갔다.

미국 주요언론에 따르면 일명 ‘심장박동법’이라고 불리는 이 법은 낙태 금지 시기를 현행 20주에서 태아 심장박동이 감지되는 시기로 앞당기는 것을 뼈대로 하고 있다.

통상 임신 6주가 되면 심장박동이 감지된다.

임신 사실 자체를 자각하지 못할 수 있는 시점을 금지 시점으로 설정해 사실상 낙태를 금지하는 것과 마찬가지의 효과를 노린 것이다.

미 언론은 텍사스의 이번 조치가 지난 1973년 미국의 낙태권을 인정한 ‘로 대(對) 웨이드’ 판결 이후, 이를 거스르는 가장 강력한 낙태제한법이 될 것이라고 전했다.

텍사스는 그동안 임신 20주부터 낙태를 금지해왔다.

새 법에 따르면 강간이나 근친상간에 따른 임신의 경우에도 낙태를 허용하지 않는다.

특히 주 정부는 불법 낙태 단속에서 손을 떼고, 낙태 시술 병원 및 낙태에 관련된 이 등에 대한 제소를 100% 시민에게 맡겼다.

불법 낙태 시술 병원 등을 상대로 직접 소송을 거는 시민에게 최소 1만달러(약 1천200만원)를 지급하기로 했다.

이로 인해 낙태권을 찬성하는 이들이 법 시행을 막기 위해 소송을 내기도 어렵게 됐다.

단속이나 기소권을 주 정부가 행사하지 않기 때문에 주 정부를 상대로 소송을 걸 수 없기 때문이다.

심지어는 낙태를 원하는 여성을 시술소까지 채로 태워주기만 해도 소송에 직면할 수 있다.

공화당 출신 그레그 애벗 주지사는 트위터에서 “오늘부터 심장박동을 가진 모든 태어나지 않은 아이는 낙태로부터 보호받을 것”이라며 “텍사스는 생존권을 계속 지킬 것이다”고 밝혔다.

미국시민자유연합(ACLU), 생식권리센터 등 낙태권을 옹호하는 단체들이 연방대법원에 텍사스주의 낙제제한법 시행을 막아달라는 긴급요청을 제기했지만 아직 결정은 내려지지 않았다.

미국시민자유연합에 따르면 텍사스에서 낙태를 택한 여성의 85~90%는 최소 임신 6주 이후에 시술을 받는 것으로 나타났다.

조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텍사스의 법이 헌법상 권리를 침해했다며 낙태권을 보호하겠다고 밝혔다.

바이든 대통령은 성명에서 “텍사스의 이 지나친 법은 주제넘게도 ‘로 대(對) 웨이드’ 판결로 확립된 헌법상 권리를 침해하며, 시민이 낙태를 도운 것으로 여겨지는 이에게 소송을 하도록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1973년 미 연방대법원은 태아가 자궁 밖에서 생존할 수 있는 단계 이전에는 낙태가 가능하다는 판결을 내렸다. 임신 23~24주 정도의 시점으로, 여성의 낙태권을 인정한 기념비적 판결로 평가된다.

바이든 대통령은 “우리 행정부는 거의 50년 전에 내려진 로 대 웨이드 판결에서 확립된 헌법상 권리를 지키고 보호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민주당의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은 대법원이 법 시행 전에 판결을 내리는 데 실패하면서 “텍사스주에 있는 여성에게 재앙을 가져왔다”면서 “이 법은 로 대 웨이드 판결에서 확립된 권리와 보호를 삭제하려는 전면적 시도”라고 비판했다.

미국시민자유연합은 “법에 따른 영향이 즉각적이고 강력할 것”이라며 “헌법에 위배되는 낙태 제한을 막을 때까지 싸움을 멈추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새로운 법 시행으로 텍사스주에서 낙태를 원하는 여성은 다른 주로 이동해 시술을 받아야 할 처지가 됐다.

낙태 옹호 기관의 분석에 따르면 그동안에는 낙태 시술소까지 평균적으로 편도 12 마일(약 20km)을 이동했지만 앞으로 248 마일(약 400km)을 이동해야 할 것으로 예상됐다.

이미 텍사스주와 인접한 오클라호마 시티 등의 낙태시술소에는 텍사스 여성들의 예약이 쇄도하고 있다.

새법이 시행되기 직전인 지난달 31일에는 마지막까지 낙태 시술을 받으려는 이들이 몰려들었고, 오후 11시56분에 마지막 시술이 끝났다고 AP 통신은 전했다.

텍사스주의 새 법은 미국 전역에 걸쳐 낙태제한을 강화하려는 공화당의 광범위한 노력의 일환이다.

특히 미국에서 낙태 문제는 보수와 진보를 가르는 대표적인 주제이고 정치권 논쟁도 뜨거운 이슈여서 미국 내 다른 보수성향 주들에 미칠 영향이 주목된다.

현재 최소 12개주에서 임시 초기부터 낙태를 제한하는 법안을 제정했지만 모두 법원에 가로막혀 시행되지는 못하고 있다.

임신 15주 이후 거의 모든 낙태를 금지한 미시시피주의 법안에 대해 낙태 시술소가 소송을 제기, 연방대법원에서 가을에 심리가 시작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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