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일(현지시간) 로마 시내에서 발생한 싱크홀로 땅속으로 처박힌 자동차. [로이터=연합뉴스]
연평균 100여건 발생…’유럽 최악의 싱크홀 도시’ 불명예
이탈리아 로마에서 또 도로가 갑자기 푹 꺼지는, 일명 ‘싱크홀’이 발생해 주민의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일간 ‘일 파토 쿼티디아노’ 등 현지 언론에 따르면 지난 25일 오전 11시 30분께(현지시간) 로마 중심지에서 동쪽으로 약간 떨어진 토르피냐타라 지역의 한 주택가 도로가 갑자기 쩍 갈라지며 내려앉았다.
현장에는 깊이 6m, 길이 12m 규모의 큰 웅덩이가 생겼다.
다행히 인명 피해는 없었지만, 인근 건물 지하 주차장이 피해를 봤습니다. 아울러 도롯가에 주차돼 있던 벤츠 SUV와 스마트카 두 대가 땅속으로 곤두박질쳐 파손됐다.
로마에서는 2018년에도 15m 깊이의 싱크홀이 생겨 자동차 7대가 한꺼번에 삼킨 바 있습니다. 당시 싱크홀 인근 건물의 붕괴 위험 경고가 나오면서 거주민들이 긴급 대피하는 등의 소동이 빚어졌다.
고대와 중세, 근대의 흔적이 공존하며 ‘영원의 도시’라고도 불리는 로마는 사실 유럽에서 싱크홀 문제가 가장 심각한 도시이다.
영국 일간 ‘더 타임스’에 따르면 로마에서 연간 발생하는 싱크홀 건수는 평균 100여 건으로 유럽의 다른 도시들을 압도합니다. 올해 1∼2월에만 이미 20여 건이 보고됐다.
전문가들은 유독 로마에서 싱크홀이 자주 발생하는 것 역시 일종의 ‘유산’이라는 의견을 제기했다.
고대와 중세시대 건축 자재로 쓸 양질의 석회석을 캐려는 목적으로 무분별하게 땅속을 파헤친 게 하나의 원인이라는 지적인데, 당시 건축가들은 더 단단한 석회암을 찾고자 더 깊이 파 내려갔다고 한다.
이로 인해 로마 지하에는 어림잡아 수백 개의 터널이 존재하는데 대부분 깊이가 8m 이상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터널은 미로처럼 얽혀있으며, 일부는 그 길이가 수 ㎞에 달한다.
하지만 이러한 현상이 최근 10년 사이 더 심해진 데에는 로마 당국의 허술한 도로 관리 시스템도 한몫한다는 게 대체적인 지적이다. 낡은 배수관의 상습 누수로 지반 약화가 가속하고 있고 기후변화로 과거보다 비가 더 자주 내리는 점도 하나의 이유로 거론되기도 한다.
일단은 더 큰 참사를 막기 위해서라도 서둘러 전수 조사를 통해 그 실태를 파악하고 이에 따른 예방책을 마련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불안해서 거리를 다닐 수 없다”는 시민들의 불만이 쌓이는 것은 시 당국에도 결코 달가운 일이 아닐 것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