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현종 역투[로이터/USA투데이=연합뉴스]
초반 호투했지만 ‘한일 대결’서 오타니 기습 번트 이후 흔들려
불 방망이 에인절스 맞아 7명 연속 범타 처리, 텍사스 양현종 호투로 출혈 막아
오타니, 1천72일 만에 승리+2안타 3득점
(연합뉴스) 양현종(33·텍사스 레인저스)이 4⅓이닝 2실점으로 꿈에 그리던 메이저리그(MLB) 데뷔전을 치렀다.
양현종은 26일 텍사스주 알링턴의 글로브 라이프 필드에서 열린 2021 미국프로야구 메이저리그 홈 경기에서 로스앤젤레스 에인절스를 상대로 빅리그 데뷔 등판을 했다.
4-7로 밀린 3회초 2사 2, 3루라는 어려운 상황에 긴급 투입됐지만, 양현종은 4⅓이닝 동안 볼넷 없이 안타 5개(홈런 1개)를 내주고 삼진 1개를 잡아내며 2실점으로 막았다.
투구 수는 66개였는데 44개가 스트라이크였다. 직구 최고 구속은 시속 90.8마일(약 146㎞)을 기록했다.
양현종은 선발투수 조던 라일스가 2⅔이닝 만에 10피안타 7실점으로 조기 강판당한 상황에서 생애 처음으로 빅리그 마운드에 올랐다.
지난 2월 텍사스와 계약하고 스프링캠프와 대체 훈련지, ‘택시 스쿼드’를 오가며 오랜 기다림의 시간을 보냈던 양현종은 이날 경기를 앞두고 메이저리그에 전격 콜업돼 즉시 데뷔전을 치렀다.
양현종은 메이저리그 팀 타율 2위(26일 기준 0.265)를 자랑하는 에인절스 타선에 맞서 7타자 연속 범타 행진을 벌이는 등 초반 호투했다.
하지만 에인절스의 투수 겸 타자 오타니 쇼헤이에게 기습적인 번트 안타를 맞은 뒤 다소 흔들려 아쉬움을 남겼다.
텍사스는 4-9로 패했지만, 데뷔전에서도 노련함을 보인 양현종이 경기 중반을 잘 버텨준 덕분에 출혈을 최소화할 수 있었다.
역사적인 메이저리그 첫 상대는 사타구니 부상에서 이날 복귀한 에인절스의 4번 타자 앤서니 랜던이었다.
양현종이 처음 던진 시속 89.6마일(약 144㎞) 직구는 높게 들어가 볼이 됐다.
체인지업과 슬라이더로 각각 파울, 헛스윙을 유도한 양현종은 4구째 슬라이더로 볼을 던졌지만, 5구째에 2루수 뜬공을 잡았다.
시속 90.6마일(약 146㎞)짜리 직구로 메이저리그 첫 아웃카운트를 잡은 양현종은 주먹을 불끈 쥐었다.
4회초에 다시 등판한 양현종은 삼자범퇴로 깔끔한 투구를 이어갔다.
재러드 월시는 직접 직선타로 처리했다. 얼굴 쪽으로 날아오는 타구를 본능적으로 왼손 글러브로 잡아냈다.
양현종은 앞선 타석에서 연속 타자 홈런을 때린 저스틴 업턴과 앨버트 푸홀스도 간단히 처리했다.
업턴을 유격수 땅볼로 돌려세운 뒤 양현종은 잠시 주머니에서 쪽지를 꺼내 공부하더니 푸홀스를 중견수 뜬공으로 잡았다.
5회초도 삼자범퇴였다.
선두타자 호세 이글레시아스, 커트 스즈키, 데이비드 플레처를 각각 1루수 땅볼, 3루수 땅볼, 중견수 뜬공으로 처리했다.
6회초에는 한일 빅리거 자존심 대결이 펼쳐졌다.
선두타자로 오타니가 나온 것이다. 에인절스에서 투타 겸업을 하는 오타니는 이날 선발투수 겸 2번 지명타자로 출전했다.
오타니는 초구에 기습 번트를 시도해 양현종의 허를 찔렀다. 당황한 양현종은 3루쪽으로 튄 공을 쫓았지만 잡지 못해 오타니에게 메이저리그 첫 안타를 허용했다.
이어 현역 최고의 타자로 꼽히는 마이크 트라우트가 타석에 들어왔다. 팔꿈치에 사구를 맞은 뒤 결장하다가 이날 복귀한 트라우트는 2루수 내야안타를 치고 나갔다. 이로써 양현종은 에인절스 타자 9명을 모두 상대했다.
무사 1, 2루에 몰린 양현종은 랜던을 좌익수 뜬공 처리했지만, 월시에게 중월 적시 2루타를 맞았다. 오타니가 홈에 들어오면서 양현종은 빅리그 첫 실점을 했다.
양현종은 흔들리지 않고 체인지업으로 업턴을 헛스윙 삼진으로 돌려세우고, 푸홀스를 유격수 땅볼로 잡아 이닝을 마무리했다.
7회초에도 등판한 양현종은 첫 타자 이글레시아스에게 빅리그 첫 피홈런을 당했다. 시속 79.7마일(약 128㎞) 슬라이더가 좌중간 담장 뒤로 날아갔다.
스즈키에도 중전 안타를 맞은 양현종은 이후 플레처, 스콧 셰블러, 트라우트를 범타로 물리치고 이닝을 끝냈다.
4-9로 밀린 8회초 텍사스는 양현종 대신 조시 스보즈를 올렸다.
오타니는 투수로 5이닝 3피안타(1피홈런) 2볼넷 9탈삼진 4실점으로 시즌 첫 승을 거뒀다.
오타니가 승리투수에 오른 것은 2018년 5월 21일 탬파베이 레이스 이후 약 2년 11개월(1천72일) 만이다.
오타니는 타석에서도 3타수 2안타 1볼넷 2타점 3득점 1삼진으로 맹활약했다.
오타니는 양현종을 상대로 번트 안타와 득점하기 전에도 1회초 볼넷으로 출루해 선취 득점을 했고, 2회초에는 2타점 2루타를 친 뒤 득점에도 성공했다.
오타니는 메이저리그 100년 만에 홈런 공동 선두(7개)를 달리면서 선발로 마운드에 오른 선수 기록도 썼다. 1921년 베이브 루스가 마지막으로 이 기록을 세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