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발바닥에 발생한 악성 흑색종. 1㎝ 이상의 크기와 불규칙한 경계와 색깔이 관찰됨. 2021.07.24. [서울대학교병원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문제호 서울대병원 피부과 교수 “지속해서 커지면 병원 찾아야”
6∼7mm 이상 커지고 모양이 일반적이지 않을 경우 ‘요주의’
손바닥이나 발바닥에 주로 생겨…흑색종은 전이율 높아 고위험
피부암은 애초 서양인들에 주로 발생하는 암으로 알려졌으나 최근에는 국내에서도 60대 이상 중장년층을 중심으로 적잖은 환자가 보고되고 있다.
피부암은 신체 내부 장기가 아닌 피부에 생기기에 ‘상대적으로’ 쉽게 발견할 수 있는 암인데도 초기에는 별다른 증상이 없어 환자가 대수롭지 않게 넘기는 경우가 많다.
중장년층에서 주로 발생하는 만큼 이 시기 갑자기 생긴 검붉은 색의 점이 비대칭적인 모양으로 하루가 다르게 커진다면 피부암을 의심해봐야 한다.
24일 의료계에 따르면 대표적인 피부암은 기저세포암, 편평세포암, 흑색종이다. 기저세포암이나 편평세포암은 자외선에 많이 노출되는 얼굴 부위에 많이 생기는 것으로 알려졌다.
흑색종은 전신에 걸쳐 발생하지만, 우리나라에선 손바닥이나 발바닥, 손발톱 밑에서 발생하는 빈도가 높다.
대부분의 환자는 피부암을 점이나 멍으로 혼동하는 경우가 많아 병원을 찾지 않는다. 실제 환자들은 피부암이 아니라 점을 빼러 피부과 병·의원에 갔다가 암으로 진단받는 사례가 많다.
문제호 서울대학교병원 피부과 교수는 “병변의 크기가 아주 작을 때는 일반인이 피부암을 의심하기가 쉽지 않은 게 사실”이라며 “특히 피부암이 주로 발생하는 노년층은 괜찮아지겠거니 하고 참다가 피가 날 정도로 악화한 상태로 오기도 한다”고 말했다.
문 교수는 서울대병원에서 흑색종, 피부암, 손발톱흑색종 등을 진료하는 피부 종양 분야 전문가다. 문 교수가 담당하는 60대 환자 중에서는 발바닥의 피부암을 방치했다가 무릎 수술을 하러 간 정형외과에서 이상 소견을 듣고 서울대병원에 왔다가 진단된 사례도 있다. 이 때문에 자녀들이 고령인 부모님의 발바닥을 가끔 들여다보는 것도 필요하다.
그는 “모든 사람은 나이가 들면서 검버섯이나 기미 등 노화와 관련된 점이 생길 수 있으므로 전부 걱정할 필요는 없다”면서도 “그러나 갑자기 생긴 점이 6∼7mm 이상 커지고 모양이 일반적이지 않을 때는 주의 깊게 살펴야 한다”고 조언했다.
피부에 생긴 점의 크기가 7mm 이상으로 계속 커지거나 비대칭적인 모양을 가졌을 때, 주위 피부와의 경계가 불분명하거나 점의 색깔이 검붉고 균일하지 않을 때도 피부암을 의심해야 한다.
문 교수는 “어릴 때부터 있던 점들은 대개 양성이고, 양성인 병변들은 대부분 커지지 않는다”며 “그러나 원래 없던 점이 생겼다면 사이즈를 유심히 들여다봐야 한다. 휴대폰으로 사진을 찍거나 자로 크기를 측정한 뒤 1∼3개월 간격으로 모니터링하는 게 좋다”고 말했다.
이때 특별히 변화가 없으면 크게 걱정할 필요는 없지만 크기가 변하고 해당 부위가 딱딱해지고 출혈이 생기는 등 이상이 있으면 신속하게 병원을 찾아야 한다.
그는 “피부암은 조기에 진단하면 예후가 크게 나쁘지는 않지만 다른 암과 마찬가지로 진단이 지연될 경우 치료에 어려움이 따른다”며 “특히 흑색종은 피부암 중에서도 전이율이 높고 공격적이어서 사망률이 높으므로 각별히 주의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피부암을 예방하려면 자외선을 차단하는 게 가장 중요하다. 평소 자외선 차단제 사용을 생활화하고 자외선이 강한 시간대에는 가급적 외출을 삼가거나 모자, 긴소매 옷 등을 입는 게 좋다.
자외선 차단제를 바를 때는 1㎠의 표면적에 2㎎ 정도, 콩알 크기만 한 양을 발라야 한다. 그러나 대부분의 사람은 권장량에 못 미치는 용량을 바르므로 의식적으로라도 가급적 꼼꼼히 많이 바르는 게 좋다.
문 교수는 “권장량 기준에 맞추려면 몸 전체에는 거의 골프공 크기의 선크림을 발라야 하는데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며 “야외 활동을 할 때는 평소보다 많이 바르고 일상생활을 할 때는 본인이 불편하지 않은 선에서 적절히 덧바르는 게 좋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