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0일 휴전 끝나기 전에 사재기 나선 미국 업체들
해운 운송 요금 일주일 새 최대 약 20% 뛰어
미중 관세전쟁으로 사실상 중단 상태였던 중국산 제품의 미국 수출이 최근 두 나라 간 ‘관세 빅딜’로 재개됐지만, 화물 운송 비용이 크게 올랐다.
화물 운임이 상승하면서 해운사들의 영업 전망도 좋아졌다.
이번 주 중국-미국 간 해운 운송 요금은 40피트 컨테이너를 기준으로 전주 대비 16~19% 올랐으며, 향후 열흘 내에 50%가량 오를 전망이다. 일부에서는 코로나 팬데믹 시기 최고치였던 20피트 컨테이너 1개를 나타내는 단위인 TEU당 2만달러까지 갈 수 있다는 예측도 나온다.
영국 해운컨설팅업체 드류리가 15일 발표한 세계 컨테이너지수에 따르면 이번 주 중국 상하이에서 로스앤젤레스(LA)까지의 40피트 컨테이너 운송 비용은 전주 대비 16% 상승한 3천136달러를 기록했다.
상하이에서 뉴욕까지의 운송비는 19% 상승한 4천350달러였다.
월스트리트저널(WSJ)도 미국과 중국이 90일간 서로 간의 고율 관세를 내리기로 하면서 화물 운송 예약이 급증, 이번 주 중국발 미국 서부 해안까지의 해상 운임이 약 8% 올랐다고 싱가포르와 영국의 해운업계 관계자들을 인용, 보도했다.
운송업체들은 앞으로 열흘 안에 운임이 50%까지 오를 것으로 전망했다. 이 경우 상하이에서 로스앤젤레스까지 컨테이너 운송료는 TEU당 3천달러가 넘게 된다.
싱가포르와 상하이의 중개업체들은 대형 운송사들이 이달 말까지의 운임을 이번 주보다 TEU당 약 900달러 높게 제시하고 있다고 전했다.
영국의 선박중개업체 브레마 쉽브로킹의 조나단 로치 애널리스트는 고율 관세 유예 기간이 한정(90일)돼 있어 “미국 수입업자들이 이 기간에 가능한 한 많은 물량을 들여와야 한다는 압박이 커졌다”면서 “운송 요금은 빠르게 올라갈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그는 여름까지 화물선이 컨테이너를 가득 싣게 될 것이며 선박 운항도 많아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일반적으로 운송업계 성수기는 아마존닷컴이나 월마트 같은 미국 대형 소매업체들이 신학기와 겨울 쇼핑 시즌을 앞두고 수입을 늘리는 7월부터 10월까지였지만 이번 미·중 합의로 그 시기가 당겨졌다는 분석이다.
일부 전문가들은 향후 3개월 동안 화물 운임이 코로나 시기 최고치인 TEU당 2만달러에 육박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운송 업체 간 경쟁이 심해지면 일방적인 요금 인상이 안 되는 경우가 종종 있지만 이번에는 그럴 가능성이 없으며 이달과 다음 달 초에 인상되는 운임은 그대로 유지될 것이라고 HSBC는 최근 보고서에서 내다봤다.
블룸버그 인텔리전스의 케네스 로 애널리스트는 미국과 중국의 깜짝 휴전으로 인해 앞으로 몇 주 안에 태평양을 가로지르는 화물 운송량이 급증해 중국의 코스코(COSCO), 덴마크의 A.P. 몰러 머스크, 일본의 미쓰이 OSK 등 대형 해운업체 수익이 늘어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올해 초부터 무역 긴장이 고조되면서 지난달 중국발 미국행 물동량이 5분의 1가량 감소했지만, 상황이 다시 회복되고 있다.
A.P. 몰러 머스크의 경우 미·중 무역 합의가 발표된 지 몇 시간 만에 예약이 증가했다.
세계 5위 컨테이너 선사인 하팍로이드도 “이번 주에 엄청난 물동량을 처리하고 있다”고 밝혔다.
롤프 하벤 얀센 하팍로이드 CEO는 블룸버그TV 인터뷰에서 최근 몇 주에 비해 물동량이 50% 이상 증가했으며, 특히 중국에서 미국으로 향하는 운송 예약이 크게 늘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