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요일, 5월 3, 2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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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운 칼럼] 나의 마음을 알아주는 것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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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운 시인

탈현대의 부산물인 스트레스를 정면으로 마주하는 현대인들은 무엇을 원하며 사는가. 돈, 유명, 명품, 집, 차, 보석, 백그라운드 등, 무엇이 주어져야 안심하고 살 수 있을까. 사람마다 다양하기에 쉽게 이것이라 말하는 실수를 범하지 않을 터이지만, 그럼에도 하나를 콕 짚는다면 ‘위로’ ‘쉼’이 아닐까 싶다. 이런 단어들이 먼저 떠오르는 이유는 누구나 할 것 없이 현실이 갑갑하다고 느끼기 때문이다. 

예전이나 지금이나, 또한 미래에도 현실은 매번 치열했고, 격렬할 것이다. 모두에게 예외란 없다는 면에서 참 흥미로운 부분이기도 하다. 무법천지와 같은 경쟁에 내몰린 우리들은 언제쯤 경제적, 정신적, 관계적 자유를 누릴 것인가, 꿈꾸며 살아간다. 언제까지 (How Long~),라는 말을 되뇌며.  

위로와 쉼을 원하는 세대라는 범주 안에서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할까. 현실을 주체적으로 바꾸기란 쉽지 않을 것이다. 그렇다면, 소박한 도전으로 자기만의 공간을 가져봄이 어떠한가. 딴짓을 해도, 하릴없이 놀아도, 머리를 떨구며 졸아도, 멍을 때려도, 누구의 눈치를 받지 않는 공간을 의미한다.  나는 그런 곳을 나만의 ‘방’과 ‘놀이터’라고 말하고 싶다. 

오해가 없기를 바란다. 방과 놀이터는 물리적 공간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게다가 위로와 쉼의 공간은 경제적, 외적인 것에 국한되지 않을 터이다. 공간이라는 개념 너머의 시간, 장소, 관계를 포함한다. 나 자신이 위로와 쉼을 경험할 수 있는 시간, 공간, 관계를 선점하고 줄기차게 행하는 것이다. 잊지 말아야 할 것은, 위로와 쉼의 영역은 감정이 지배되는 세계이다. 비록 사회적, 경제적 요인이 정신을 조정한다고 푸념 섞인 말을 하겠지만. 사실 정신이 환경을 지배한다는 것은 추측이 아니라 연구 자료에서도, 사람들의 경험에서도 이미 증명되었다. 

바야흐로, 내가 중학교 1학년 시절에 선생님이 앙케이트 용지를 나눠주었다. 질문은 ‘나의 마음을 알아주는 것은?’ 이었다. 나는 무엇이라고 대답을 했을까. 궁금하지 않는가. 나는 ‘전축’이라고 적었다. 중 1 학생의  손가락으로 적어낸 답변이 ‘전축’이라니. 생뚱맞기 그지없는 응답이었다.  

그 시기 언저리에서 나의 전축의 여정은 첫발을 내디뎠다. 전축은 형이 두고 간 레코드플레이어가 장착된 일체형이었다. 어린 나에겐 무척 커 보였던 스피커가 떡 하니 자리하고 있었다. 그릴에는 호랑이가 새겨진 합판으로 꾸며져 있었다. 스피커에 호랑이가 어울리나, 멋쩍은 생각을 했었다. 그런데 문제는 스피커가 한 짝이었다는 것이다. 전축을 구입하고 형은 동네 친구들과 밤을 새워 음악을 들었다. 그들은 스테레오가 아니라 모노로 음악을 들었던 셈이다. 뭐 라디오도 풀 레인지 스피커 하나로 들으니, 가능하겠다 싶었지만 옹색하기 짝이 없었다. 그때는 그런 시대였다. 함께라면 모든 것이 용납되었는 시대. 형이 구입했던 몇 십장의 레코드판들까지 내 소유가 되었다. 

당시에 중학생이 카세트테이프 라디오만 있어도 감지덕지였다. 비록 낡은 것일지라도 전축이라니, 이런 횡재가 아닐 수 없었다고 생각했다. 지금 생각할라치면, 실소가 나올법한 초라한 장비였지만, 그 전축으로 나는 밤하늘의 은하수를 쏘다녔다. 밤을 지새워도 재미있었던 따끔따끔한 라디오 소리까지. 전축은 음악, 세상, 그리고 나를 연결하는 매개가 되었던 셈이다. 

전축을 좋아했던 이유는 ‘음악’ 때문이었다. 생태계의 개체들이 생성하는 본래의 소리도 좋았지만,  울림통에서 흘러나오는 화성의 음악에 매료되었던 것이다. 엘피의 파인 홈들이며, 레코드 암에 장착된 카트리지며, 흔들거리며 돌아가는 플레이어며, 녹턴으로 라이트가 켜지는 튜너며, 노브를 돌릴 때면 까칠까칠하게 잡히는 주파수며, 트위터와 우퍼는 따로인데도 들리는 소리는 하나처럼 들리는 마법이며, 모든 것들이 흥미진진했다. 

나에게 오늘의 행복을 꼽으라면, 다양하겠지만 ‘음악 듣기’라고 주저 없이 말할 터이다. 만약 좋은 음질의 오디오가 연주하는 음악이라면 더할 나위 없다. 이미 음악은 일상을 넘어 공기처럼 여기는 시대를 살고 있지 않은가. 그런데도 나에게 음악이란 공기라는 진부한 표현 대신에, 나만에 방, 공간이라 비유하고 싶다. 지친 하루를 쉴 수 있는, 수고했다며 어깨를 쓰담쓰담해주는 공간이 ‘음악 듣기’인 셈이다. 오디오에서 흘러나오는 음악은 오랜 친구와 함께 노니는 놀이터가 되기도 한다. 기쁠 때도, 슬플 때도, 피곤할 때도, 사유가 필요할 때도, 나만의 공간에서 흘러나오는 음악 듣기는 나를 위로하고 쉼을 줄 것이다. 

또다시 ‘나의 마음을 알아주는 것은?’이라는 질문이 놓인다면, 나는 나만의 ‘방’ ‘놀이터’에서 ‘전축’이 연주하는 ‘음악’이라고 답하리라. 나 자신을 위한 음악 듣기의 공간과 시간을 가져봄이 어떠한가. 스스로 혼자됨과 떼어놓음의 시간이 주는 위로와 쉼을 경험할 수 있지 않을까. 아이들이 마냥 몰입하며 즐거워하는 놀이방처럼.

[*이상운 시인은 가족치료 상담가로 활동하며, (시집) ‘광야 위에 서다 그리고 광야에게 묻다’, ‘날지 못한 새도 아름답다’가 있다.]

*본 칼럼은 본보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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