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인지우
말을 삼키는 경우가 있다
별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의미일 터
목울대를 간지럽힐 뿐이다
장기 캠핑 여행을 계획하면서
안해와 에코에게 꽁꽁 숨긴 것이 있다
찜찜한 존재인 비얌에 관한 것
께름칙함이 발끝을 타고 간지럽힌다
아련한 기억 속 섬뜩한 존재들로
여전히 꿈틀꿈틀 거린다
길바닥에 박제된 자태로도
간담이 서늘한 것은 나이가 들어도
매한가지니 무슨 웬수가 이정도랴
캠핑할 서부 국립공원들은
메마름의 색이 찬연한 건조한 지역인지라
꼬리를 흔드는 비얌도 제법일 터다
무슨 북미에 대한 예의라도 되는 양
텐트로 숱한 푸르름을 누볐다
흥미롭게도 경계 대상 일호인 녀석을
만난 적은 단 한 번도 없었다
우릴 무시한 것인지, 우릴 봐준 것인지
우려와 걱정은 일어나지 않아야 제맛이다
캠핑을 하는 동안 마주치지 않았으니
단지 쓸데없는 걱정에 불과한 셈이다
가는 곳마다 직립보행들만 지천이었으니
비얌은 기인지우杞人之憂였다
+이상운 시인은 가족치료 상담가, BCC, 열린교회 목사이며, (시집) ‘광야 위에 서다 그리고 광야에게 묻다’, ‘날지 못한 새도 아름답다’등을 출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