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보 칠푼이
바다는 모든 것을 품는다고들 하지
젠장 누가 그런 무책임한 말을 했단 말인가
바다처럼 예민하게 영향받는 존재가 어디 있다고
미려한 물결 하나도 버터 내지 못한 채
지구 끝까지라도 몰아부치는
까다로운 성질머리 아니던가
그에 비하면 땅은 어떠한가
꾹꾹 참는다고 정금이 나오는 줄 아는지
이쪽이 썩고 저쪽이 무너져도
여기저기 할퀴고 찢겨나가도
우두커니 자리만 지키고 있으니
무슨 일 일어났느냐는 식이니, 거참
바다든 땅이든 모두
바보 칠푼이처럼 입도 뻥끗하지 않으니
그런데 말이야
바다가 아파서 곳곳에 피멍이 들어가고
땅도 검붉은 멍투성이가 되어 간다지
그 정도라면 다행이련만
이젠 고통의 울부짖음까지 들린다는 거야
군데군데 종양 멍울들이 발견된 게지
그런데도 말이야 그들은
아무렇지도 않은 척 시치미를 떼고 있잖니
바보 칠푼이가 맞은 게야
바다야, 아프면 아프다고 분을 내어도 되
땅아, 고통스러우면 소리쳐도 되
제몸 챙기지 못하는 바보 칠푼이라고 생각하니
너희들 속내를 이제야 알겠네
인간보다 더 깊고 높고 넓었던 게야
마지막 가실 때까지도 자식 걱정 하시던
우리 엄마 생각이 나, 아려온다
바다야, 땅아, 너희도 그런 게지
+이상운 시인은 가족치료 상담가, BCC,열린교회 목사이며, (시집) ‘광야 위에 서다 그리고 광야에게 묻다’, ‘날지 못한 새도 아름답다
’등을 출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