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작정 떠나는 거야
십여 년 전 한국에서 뉴욕으로 향할 때
가족들이 우려의 만류를 했었어
안해의 눈이 핑크색으로 물들었지
어린 딸은 어땠을까, 갑자기 궁금해지네
심란했을 테지, 꼭 말해야지 아나
우릴 위한다고 숱한 설득을 했지만
설복이 아니라 꼬투리처럼 느껴졌어
어째 그리도 서럽게만 느껴지던지
무작정 떠나는 무모한 행동이다
계획이 너무 모호해 보인다
왜 정착이 아니라 나그네가 되려느냐
왜 고생을 사서 하느냐
왜 하구 많은 곳 중에 뉴욕이냐
십 년여가 지난 후
우린 다시 떠남이라는 스케치를 하고
설레임이란 크레용을 칠하기 시작했어
이리저리 가로세로선을 그어가면서
바야흐로 미국 서부 국립공원들 위에
14개의 큰 점들을 찍었던 거지
매번 무계획이 최상의 계획이듯
우린 무작정 떠나는 거야, 라고
나그네는 본래 그런 거야, 라고
+이상운 시인은 가족치료 상담가, BCC, 열린교회 목사이며, (시집) ‘광야 위에 서다 그리고 광야에게 묻다’, ‘날지 못한 새도 아름답다’등을 출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