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변 문제 방치하면 응급상황 부닥칠 수도…변비약, 남용하면 더 큰 문제 유발
대장항문학회 “변실금 등 적극적인 치료가 존엄한 노후를 위한 첫걸음”
노화와 함께 찾아오는 대장·항문질환은 자칫 개인의 존엄성을 해치고 삶의 질을 떨어뜨리는 직접적인 요인이 될 수 있다.
먹는 것 만큼 싸는 것도 매우 중요하다는 의미이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우리나라의 65세 이상 인구 비율은 19.2%, 80세 이상은 4.6%에 달한다. 세계에서 손꼽는 초고령사회에 진입했다.
문제는 나이가 들수록 대장암, 치핵(치질), 변비, 변실금 같은 대장·항문질환의 유병률이 급격히 높아진다는 점이다. 하지만 노인 중에는 이런 질환을 ‘창피한 병’으로 여겨 숨기고 미루다가 병을 키우는 경우가 많다.
실제로 한 연구에 따르면 대장암 검진을 꺼리는 이유로 ‘창피함’과 ‘공포’가 각각 40%를 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처럼 문제를 문제로 인정하지 않는 분위기 속에서 질병은 더욱 고통스럽게 진화한다.
고령 환자의 경우 대장·항문질환을 방치하면 응급 상황에 부닥칠 위험이 크다. 대변이 장에 쌓여 압박이 커지면 결국 장이 터지면서 감염을 일으키고 패혈증으로 악화해 생명을 잃을 수 있다.
대한대장항문학회 정순섭 이사장(이대목동병원 외과 교수)은 최근 한국의학바이오기자협회가 개최한 미디어아카데미에 나와 “고령층 환자에게 대장·항문질환은 단순한 건강 문제가 아니라, 자립성과 품위를 지키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며 “치료를 미루지 말고 조기에 의료진과 상의하는 것이 존엄한 노후를 위한 첫걸음”이라고 강조했다.
특히 변실금은 단순한 불편을 넘어 남은 삶의 존엄성을 위협하는 질환이다.
자신도 모르게 변을 지리거나 속옷에 변이 묻는 경험은 환자를 대인기피, 우울감, 심한 경우 고립으로까지 몰아넣는다. 더구나 기저귀 사용이나 보호자의 도움 없이는 일상생활이 어렵기 때문에 요양시설 입소 결정의 직접적인 계기가 되기도 한다.
학회에 따르면 국내 변실금 유병률은 65세 이상 인구에서 15%로 추정된다. 우리나라 65세 이상 인구가 1천만명을 넘었으니 약 150만명가량이 변실금 증상을 겪고 있는 셈이다. 하지만 환자의 42.6%는 증상이 생긴 지 1년이 지나서야 병원을 처음 방문한 것으로 분석됐다.
학회가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이들 환자는 사회 활동의 어려움으로 ‘외출이 어렵다'(32.7%), ‘냄새가 난다'(21.8%), ‘사회생활이 어렵다'(16.8%) 등을 꼽았다. 이는 변실금이 심리적 위축과 사회적 고립을 초래하며 삶의 질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볼 수 있는 대목이다.
변실금은 식단 조절, 약물 치료, 배변 훈련, 바이오피드백 치료, 수술, 전기 자극치료 등으로 개선이 가능하다. 설사가 원인이라면 섬유소를 많이 섭취하고, 설사를 일으킬 수 있는 음식(카페인, 술, 매운 음식, 우유 등)은 피하는 것이 좋다.
골반 근육을 하루에 50∼100번 정도 조였다가 이완시키는 골반 근육운동을 병행하면 항문괄약근을 강화해 변실금을 예방하는 데 도움이 된다.
타나기 때문에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