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잃을 것 없는 상태'”
러 국방부 “바그너 용병 무기 수천t 넘겨받았다”
용병기업 바그너 그룹의 수장 예브게니 프리고진이 수년간 위암 치료를 받아왔고, 이에 잃을 것이 없다는 생각으로 러시아 정부를 상대로 무장 반란을 일으켰다는 주장이 나왔다.
영국 일간지 더타임스는 12일(현지시간) 러시아 탐사전문 독립 매체 프로옉트를 인용해 프리고진이 수년간 위암 집중 치료를 받았으며 현재는 호전된 상태라고 보도했다.
프리고진은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의 한 병원에서 치료받았는데, 이 병원은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과 관련이 있다고 한다.
병원의 이름은 ‘소가스’로, 푸틴 대통령의 6촌으로 추정되는 사업가 미하일 푸틴이 운영하는 러시아 보험회사 소가스가 소유하고 있다.
프리고진이 이 병원에서 치료받은 것은 지난달 경찰이 상트페테르부르크에 있는 그의 아파트를 급습했을 때 나온 위조 여권을 통해 드러났다.
위조 여권 중 하나에 이름이 ‘드미트리 게일레르’로 쓰여 있었는데, 이 이름은 2021년 입수된 문서에서 소가스 병원의 ‘슈퍼 VIP’ 환자 목록에 있었기 때문이다.
경찰 수색 과정에서 산소 호흡기와 같은 의료기기와, 신원 불명의 남성 4명의 잘린 머리가 찍힌 사진도 발견됐다. 이 사진은 아프리카에서 촬영된 것으로 추정됐다.
전직 바그너 소속 용병 한 명은 프리고진의 이번 반란이 잃을 것이 없는 사람의 행동이었다면서 “이 남자(프리고진)는 위와 장을 잘라낸 사람”이라고 말했다.
프리고진은 용병들에게 반란을 일으킨 이유에 대해 “나는 미쳤다”고 말했다고 그의 한 측근은 전했다.
프리고진은 위암 때문에 레모네이드 한잔 외에는 자극적인 음식을 먹지 않는 등 식단을 엄격하게 관리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전직 용병단 지휘관으로 2019년에 바그너 그룹을 떠난 마라트 가비둘린은 프리고진은 술을 입에도 대지 않는 사람이라며 “나는 그가 술에 약간이라도 취한 것을 본 적이 없다”고 더타임스에 말했다.
프리고진의 사생활에 대해서는 알려진 것이 거의 없지만 가비둘린은 공개되지 않은 그의 모습이 대외적 이미지와 크게 다르지 않다고 말했다.
가비둘린은 “현실에서의 그의 태도도 같다”며 “그는 자신의 본성을 숨길 수 없는 사람”이라고 설명했다.
가비둘린은 프리고진을 “똑똑하고 책을 많이 읽은 사람”이라고 묘사했다. 그러나 프리고진이 가장 좋아하는 작가가 누구냐고 묻자 웃으면서 “나는 프리고진과 그의 문학적 열정에 관해 이야기한 적은 없다”고 말했다.
프리고진이 이끄는 바그너 그룹은 지난달 24일 세르게이 쇼이구 국방장관 등 러시아군 수뇌부가 자신들을 공격했다는 이유로 이들의 처벌을 요구하며 반란을 일으켰다.
바그너 그룹은 러시아 남서부 로스토프나도누의 군 본부를 장악한 뒤 모스크바에서 남쪽으로 200㎞ 떨어진 곳까지 진격했으나, 알렉산드르 루카셴코 벨라루스 대통령의 중재로 하루 만에 반란을 중단했다.
반란 중단 후 닷새 만에 푸틴 대통령이 프리고진을 크렘린궁에서 만났다는 사실이 이후 밝혀졌다. 크렘린궁 대변인은 당시 면담에 대해 “바그너 지휘관들이 푸틴 대통령에게 그들은 대통령의 지지자들이고 병사들은 여전히 대통령을 위해 싸울 것이라고 말했다”고 전했다.
이런 가운데 러시아 국방부는 바그너 그룹으로부터 수천톤(t)의 무기를 넘겨받았다고 이날 밝혔다.
영국 일간지 가디언에 따르면 러시아 국방부는 바그너 그룹에서 받은 무기와 장비가 탱크 수백 대, 탄약 2천500t을 포함해 2천점 이상이라고 말했다.
러시아 국방부는 바그너 그룹 소유로 알려진 군사 중장비를 군 관계자들이 검사하는 동영상을 공개하기도 했다.
바그너 그룹은 반란 당시 모스크바로 진격하면서 진압에 나선 러시아군 헬기 6대와 일류신(IL)-22 공중 지휘통제기 1대를 격추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