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스칼라 극장서 가장 사랑받는 지휘자”
247년 첫 아시안 지휘자
세계적인 지휘자 정명훈(72)이 세계 최고 권위를 자랑하는 이탈리아 밀라노 라 스칼라 극장의 음악감독에 선임됐다.
그의 이번 음아감독 선임은 라 스칼라 247년 역사 중 첫 아시안 감독이라는 기록을 갖게 했으며, 이를 두고 현지 언론들은 깜짝 발탁이라기보다는 ‘예견된 결과’라는 평가를 잇따라 내고 있다.
라 스칼라 극장은 12일(현지시간) 홈페이지를 통해 차기 음악감독으로 한국인 지휘자 정명훈을 임명했다고 발표했다. 극장에 따르면 정 감독은 포르투나토 오르톰비나 총감독의 추천을 받아 이사회에서 만장일치로 선임됐다. 라 스칼라 극장 247년 역사상 최초의 아시아인 음악감독이다. 임기는 2026년 말부터 2030년 2월까지이다.
라 스칼라 극장은 정 감독을 “밀라노 시민들에게 가장 사랑받는 예술가 중 한 명” “(공식) 음악감독을 제외하고 라 스칼라 극장의 국제적 명성에 가장 크게 기여한 지휘자”라고 소개했다. 정 감독은 1989년부터 라 스칼라에서 9개의 오페라를 84회 공연했고, 141회의 콘서트도 열었다. 음악 감독을 빼고 객원 지휘자로는 가장 많은 연주회를 가졌다.
국내 클래식계 한 관계자는 “세계적 지휘 거장들이 세상을 떠나거나 더는 활발한 활동을 기대하기 어려운 나이대가 된 상황에서 정 감독은 상대적으로 ‘젊은’ 편에 속한다”며 “평소에 체력관리를 잘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고 설명했다.
‘현존하는 최고의 지휘자’라는 수식어가 붙는 지휘자 정명훈은 파리오페라극장 음악 감독, 로마 산타첼리아오케스트라 음악감독, 서울시립교향악단 음악감독 등을 지냈다. 최근 부산콘서트홀 음악감독과 개관을 앞둔 부산오페라극장 음악감독으로 선임됐다.
라 스칼라 극장은 세계적으로 권위 있는 오페라 극장으로 1778년 개관돼 오랜 역사를 자랑한다. 뉴욕 메트로폴리탄오페라극장, 런던 로열오페라극장과 함께 ‘빅3’ 오페라극장에 꼽히는 라 스칼라 오페라극장은 전 세계 성악가들의 꿈의 무대다.
라 스칼라 극장은 정명훈에 대해 “마에스트로 정명훈은 오랜 세월에 걸쳐 라 스칼라 극장의 오케스트라와 합창단, 그리고 마에스트로 최초로 명예 지휘자로 임명된 라 스칼라 필하모닉과 긴밀한 관계를 맺어왔다”고 소개했다.
이어 “3월17일, 19일, 21일에 열린 콘서트의 열광적인 반응에서 알 수 있듯이 밀라노 대중에게 가장 사랑받는 아티스트 중 한 명이며 라 스칼라의 국제적 명성에 가장 크게 기여한 지휘자 중 한 명”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그는 필라모니카의 첫 국제 투어를 이끌었던 스승 카를로 마리아 줄리니의 발자취를 따르고 있다”며 “마에스트로 정명훈은 2016년 모스크바 볼쇼이 극장에서 베르디의 시몬 보카네그라를 지휘하며 라 스칼라의 가장 최근 국제 오페라 투어의 주인공이었고, 곧 새로운 아시아 오케스트라 투어도 발표될 예정”이라고 말했다.
극장은 “베르디의 대표적인 해석가인 그는 드미트리 쇼스타코비치(므첸스크의 맥베스 부인, 1992), 리하르트 슈트라우스(살로메, 1995), 지아코모 푸치니(마담 나비, 2007), 볼프강 아마데우스 모차르트(이도메네오, 2009), 주세페 베르디(2016년과 2018년, 사이먼 보카네그라)의 작품을 지휘하며 폭넓은 레퍼토리로도 라 스칼라에서 두드러진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고 했다.
<유진 리 대표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