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정상회담] ‘드디어 만났다’문재인 대통령과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2018년 4월 27일 판문점 군사분계선을 사이에 두고 악수하고 있다. 2018.4.27 [연합뉴스 자료사진]
정부 공식 기념행사 없어…북한 매체도 ‘침묵’
다시대화할 시간 찾아와, 바이든 정부와 길 찾을 것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2018년 오늘 만나 손을 맞잡고 한반도에 새로운 평화의 시대가 열렸다고 선언한 날로부터 3년이 지났다.
그해에만 남북정상회담이 세 차례 열리고 첫 북미정상회담까지 성사되면서 ‘한반도의 역사적 전환’을 기대하게 했지만 지난 3년은 바람대로 움직이지 않았다.
2019년 하노이에서 열린 북미정상회담이 결렬로 막을 내린 뒤 이어진 북미 갈등과 개성 남북공동연락사무소 폭파, 서해상 공무원 피격,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등 악재가 잇따르면서다.
판문점 선언 3주년을 맞은 27일 남북은 두 정상이 군사분계선(MDL)을 넘고 담소를 나누며 도보다리를 걷던 3년 전 오늘이 무색하게 조용한 기념일을 보내고 있다.
남측에서는 판문점선언을 기념하는 정부 차원의 행사가 열리지 않았다.
2019년 판문점선언 ‘첫돌’을 맞이해 판문점 곳곳에서 기념 공연이 열리고, 지난해 4월 27일에는 남북철도 연결사업 재개를 알리는 ‘동해 북부선(강릉∼고성 제진) 추진 기념식’을 진행한 것과는 다른 모습이다.
대신 이날 이인영 통일부 장관은 민간 및 종교단체가 주최한 기념행사에 참석해 “3년이 지난 지금, 그날 두 정상과 온 겨레의 바람만큼 남북관계와 한반도 평화를 진전시키고 있지 못하다”며 북한의 대화 참여를 촉구했다.
정부는 코로나19로 인해 대규모 대면행사 개최가 어렵다는 입장이지만, 남북관계 경색이 이어지면서 기념일에 별다른 의미 부여가 어려운 상황이 반영됐기 때문으로 보인다.
북한 매체들은 판문점선언에 관한 언급 없이 내치에 집중하며 평소와 다를 바 없는 보도만 내보내고 있다.
조선중앙통신과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 등 관영매체는 오후 3시 기준 코로나19 방역 상황과 각지의 경제활동 성과 등만을 전하고 있다.
인터넷 대외선전 ‘메아리’는 지난 15일 한국군이 ‘국방개혁 2.0’ 추진점검회의를 개최한 사실을 이날 전하며 “북침 전쟁 야망을 실현하기 위한 모의판”이라고 비난하기도 했다.
북한은 2019년 4월 ‘1주년’에만 해도 관영매체와 선전매체를 가리지 않고 판문점선언의 의미를 조명하면서 이행 의지를 다지는 보도를 쏟아냈다.
이와 달리 지난해에는 4월 27일을 전후해 관련 보도를 전혀 하지 않았다.
김정은 위원장이 지난 1월 제8차 당대회에서 남북관계가 판문점선언 이전으로 되돌아갔다고 밝힌 것처럼, 올해도 판문점선언을 기념할 분위기는 조성되지 않는 모습이다.
이처럼 판문점선언 3주년에 보인 북한 당국의 무관심하고 냉랭한 태도의 지속과 남한 정부의 위축된 모습은 당분간 이어질 남북관계의 어두운 기상도를 보여주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