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소통을 옮기는 인도 시민 [로이터=연합뉴스]
산소통 가격도 몇 배씩 급등
(연합뉴스) 최악의 코로나19 감염국이 된 인도에서 넘쳐나는 시신이 길거리에서 불태워지고 병상 부족으로 병원에 가지 못한 환자가 산소통을 구하려 사활을 거는 ‘아비규환’의 상황이 연일 펼쳐지고 있다.
뉴욕타임스(NYT)가 28일 안타까운 사연을 소개한 뉴델리의 니라냔 사하(54) 씨 가족도 이 고통을 피할 수 없기는 마찬가지였다.
집에 있던 그는 지난주부터 숨쉬기가 힘들어졌고, 코로나19를 의심한 아내 우스하 데비는 애간장이 탔다.
환자는 넘쳐나는데 병상 부족으로 입원 치료를 받지 못하는 환자와 가족이 산소통 구하기에 혈안이 되면서 산소통이 가장 심각한 품귀 현상을 빚고 있기 때문이었다.
데비는 두 아들에게 “내가 가진 금을 내다 파는 한이 있더라도 산소통을 구해와야 한다”라고 말했다.
인도 정부는 의료 수요를 감당할 산소가 충분하고 공급도 빠르게 확대하고 있다고는 했지만 산소 생산 시설이 인도 동부에 집중된 탓에 감염이 가장 심각한 북부 델리와 서부 마하라슈트라주까지는 차로 며칠이나 걸리는 실정이다.
이 때문에 소셜미디어 등에는 산소통을 구한다는 코로나19 환자 가족의 간곡한 호소 글이 넘쳐나고 있다. 국가 의료 체계가 붕괴하면서 병원이나 정부의 도움을 받지 못하고 결국 집에서 치료하면서 ‘각자도생’해야 하는 상황이 돼버린 것이다.
사하 씨의 두 아들도 산소통을 구하기 위해 백방으로 뛰어다녔다.
오토바이를 타고 델리 전역의 병원을 찾아다니면서 혹시 남는 병상이나 산소통이 있는지 물었고, 친구들에게도 도움을 요청하는 메시지를 수없이 보냈다.
‘연줄’을 의지할 수 있을까 싶어 지방 정치인에게도 접근했다. 하지만 아무런 도움을 받지 못했다.
그러던 중 두 형제는 델리 남부에 있는 한 산소통 충전소에서 도움을 주겠다는 남성을 만나 순간 안도했지만 이내 또 절망해야 했다.
수중에 가진 돈은 평상시 산소통 가격 정도인 1만루피(약 15만원) 였는데 이 남성은 ‘6만루피’를 부른 것이다. 이는 아버지가 1년에 버는 수입과 맞먹는 액수였다.
하지만 형제에겐 망설일 시간이 없었다. 이들은 가족, 친지에게 다급하게 도움을 요청해 돈을 끌어모았고 결국 산소통을 구해 집으로 가져올 수 있었다.
그런데 이번엔 산소통을 어떻게 연결하는지가 문제였다. 그 사이 사히 씨의 혈중 산소 농도는 매우 위험한 수준으로까지 떨어졌다.
결국 사히 씨는 구급차에 실려 병원으로 갔지만 남는 병상을 찾기 전 숨을 거두고 말았다.
28일 하루 인도에서는 35만7천명이 신규 확진돼 역대 최고를 기록했고, 사망자도 3천293명이나 발생해 누적 사망자가 20만명을 넘어섰다.
뉴델리의 싱크탱크인 정책연구센터의 아심 알리 연구원은 “의료용 산소와 같은 기초장비 때문에 수백명이 죽어간다면 이는 중대한 정부의 실수”라고 말했다고 NYT는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