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명의 미 연방대법관[로이터=연합뉴스]
미시시피주 낙태 제한법 심리키로…보수진영, 낙태권 판결 뒤집히길 기대
낙태권 지지하는 쪽에선 우려 고조…내년 봄이나 여름께 결정 나올 전망
연방대법원이 6대 3의 확실한 보수 우위로 재편된 이후 여성의 낙태권을 둘러싼 사건을 처음으로 심리한다.
미국에서는 낙태에 대한 입장이 보수와 진보를 가를 정도로 중대한 사안이다. 보수 진영에서는 여성의 낙태권을 인정한 1973년 판결이 이번에 뒤집히기를 기대하고 있다.
워싱턴포스트(WP) 등 미 언론에 따르면 연방대법원은 17일(월) 임신 15주 이후로는 거의 모든 낙태를 금지한 미시시피주의 법률이 타당한지 심리할 것이라고 밝혔다.
공화당 지지 성향이 강한 미시시피주에서 하나밖에 없는 낙태 시술소가 해당 법률이 위헌이라며 제기한 소송이 연방대법원까지 올라간 것.
1973년 연방대법원은 태아가 자궁 밖에서 생존할 수 있는 단계 이전에는 낙태가 가능하다는 판결을 내렸다. 임신 23∼24주 정도의 시점으로, 여성의 낙태권을 인정한 기념비적 판결이었다.
이 판결은 당시 소송을 제기한 당사자와 검사의 이름을 따 ‘로 대(對) 웨이드 판결’로 불린다. 낙태에 반대하는 공화당 주도 지역에서는 낙태권을 제한하는 법률을 잇따라 제정, 로 대 웨이드 판결을 뒤집을 계기를 마련하는 데 총력을 기울여왔다.
이번 사건 역시 1심과 2심에서 미시시피주의 낙태 제한 법률이 부당하다는 판결이 내려지면서 연방대법원에 오르게 됐다. 1심 판사는 아예 로 대 웨이드 판결을 뒤집기 위해 제기된 소송이라고 꼬집기도 했다.
주목할 대목은 연방대법원이 분명한 보수 우위로 재편된 후 처음 심리하게 된 낙태 사건이라는 점이다.
연방대법원은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시절 닐 고서치, 브렛 캐버노, 에이미 코니 배럿 등 3명의 보수성향 대법관이 투입되면서 6대 3의 보수우위로 지형이 바뀌었다.
그전에는 보수 성향으로 분류되는 존 로버츠 연방대법원장이 진보의 손을 들어주는 판결을 여러 차례 하면서 비교적 팽팽한 구도가 유지됐다.
지난해 6월에도 루이지애나주의 낙태권 제한 조치가 헌법에 보장된 여성의 권리를 침해한다는 연방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로버츠 대법원장이 진보쪽 손을 들어주면서 5대 4로 판결이 내려졌다.
그러나 이제는 보수 성향 대법관이 6명이나 되는 만큼 로 대 웨이드 판결의 존속을 장담하기 어렵게 됐다. 보수 진영에서는 이번에 낙태권을 뒤집는 판결이 나올 것으로 잔뜩 기대하는 분위기다.
여성의 낙태권을 지지하는 쪽에서는 우려가 크다. 낸시 노섭 재생산권리센터 회장은 성명을 내고 “로 대 웨이드 판결이 번복되면 결과는 처참할 것”이라며 “20개가 넘는 주가 낙태를 전면 금지할 것이며 미시시피를 포함한 11개주는 로 대 웨이드 판결 번복시 즉시 낙태 금지를 촉발하는 규정을 보유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변론기일은 10월 시작되는 회기에 잡힐 예정이며 판결은 내년 봄이나 여름이 돼야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고 뉴욕타임스(NYT)는 전망했다.
낙태는 미국에서 진보와 보수를 가르는 주요 이슈 중 하나다. 트럼프 전 대통령도 보수 대법관을 낙점하면서 로 대 웨이드 판결의 파기를 핵심 어젠다로 꼽은 바 있다.
한편, 한국에서는 2019년 4월 헌법재판소가 임신 초기의 낙태까지 전면 금지하면서 이를 위반했을 때 처벌하도록 한 현행법이 임산부의 자기 결정권을 과도하게 침해해 위헌이라고 결정했다. 올해부터는 낙태죄가 사라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