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삭 속았수다’가 사람을 울린다
맘껏 울어도 된다고
이제 울어야 한다고
혼자만을 위한 연극을 보여주듯
왜 그런거우꽈, 물으니
이제사 그럴 나이가 되연게, 라고
게메예, 라고 얼떨결에 반응했지만
눈물이 허멍 쏟아져불어수다
눈물의 연막에 말려들지 않으려고 버텼는데
대사에도 없는 ‘폭삭 늙어신께’라는
표현이 왜 그리도 서글펐든지
또 허멍 쏟아져불었수다
이젠 나이 좀 먹엉 허니 느낀 거우꽈, 라고
이제 때가 된 거우다, 라고 묻고 답했다
세월에 퇴적된 눈물의 농도는 진했다
그렇다, 때가 된 거였수다
보고 싶은 얼굴이 지나쳐 갔다
뭐가 중헌거우꽈, 라는 질문과 함께
쪼끔 더 곱게 살았어야 했수다. 후회도
또 허멍 쏟아져불었수다
가족에게 난 바다 같은 존재였을까
아니라면 강은, 졸졸 흐르는 고랑 정도는
그들이 기댈 수 있는 존재이긴 했었나
연이어 허멍 쏟아져불었수다
나중에 성실했수다, 진득했수다, 라고
나랑 산 세월이 괜찮았수꽈, 라고 물으면
못이기는 척, 더할 나위 없이 좋았수다, 라고
턱없는 욕심은 아니라고 말해줍서예
+이상운 시인은 가족치료 상담가, BCC, 열린교회 목사이며, (시집) ‘광야 위에 서다 그리고 광야에게 묻다’, ‘날지 못한 새도 아름답다’등을 출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