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끈따끈
잠결에 장작타는 소리가 간질간질
감긴 눈썹을 치켜올리니
책상 앞 의자에서 졸고 있다
스크린에는 바흐의 무반주 첼로가
흘러나오고, 정갈하게 줄을 맞춘
청중의 모습도 함께
귓가를 살랑이는 따끈따끈한 소리는
장작 타는 것이 아닌 청중의 갈채이다
오래된 성당에서 울려나는
마치 빗방울이 떨어지는 소리 같기도
어머니가 팬에 볶으시던 콩이나
들깨가 튀는 소리 같기도
깡마른 낙엽이 바삭거리며
불에 사그러져 타는 소리 같기도
설령 늦여름 힘 빠진 매미가 팀발을
수축과 이완하며 울리는 소리라고 해도
심야에 라디오 다이얼을 돌리며
마주치는 까칠과 도톰의 소리라고 해도
믿을 만큼 울림에 향기가 배어있다
첼로의 선율은 구도자의 고뇌 같고
고독한 악장들의 말미에 채워진
박수소리가 이리도 아름다웠던가
카잘스가 먼지 끼어 버려진 악보를
바르셀로나의 헌책방에서 발견했을 때
본래 박수소리도 함께 그려진 것은
아니었을까 싶을 정도이니
청중도 악보의 한구석을 놓칠세라
첼로의 활시위 끄트머리에 살포시
따끈따끈한 두 손을 얹어 놓는다
+이상운 시인은 가족치료 상담가, BCC, 열린교회 목사이며, (시집) ‘광야 위에 서다 그리고 광야에게 묻다’, ‘날지 못한 새도 아름답다’등을 출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