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그리 강하지 못하다
타인이 바라고 원하기에
두 발 구르며
조바심만 두른 채
여기까지 오게 되었을 뿐
난 그리 잘 견디지 못한다
세상이 그려놓은
남자이며 가장이라는
무게와 부릅뜬 가치가
여기까지 날 데려다 놓았을 뿐
난 그리 뛰어나지 못하다
가냘픈 기억의 뒷자락에
누군가는 했어야 하기에
나도 처음이었지만
무수한 숨가쁜 결정을 했을 뿐
난 그리 감성적이지 못하다
혼자였기에 공감이란 사치였으며
어색과 서먹의 언저리가 친숙했다
서로 함께이기에 눈치 있는 공감으로
삶이 메마른 눈물을 생성하듯
감성에 적응하고 있을 뿐
난 그리 착하지 못하다
올바름을 위해 살았지만
무엇이 바른 것인지
무엇이 그른 것인지
알 수 없는 혼돈의 시대
향방 없이 의로운 척 보였을 뿐
그러나,
나도 누군가의 아들이었다
나도 어딘가에서는 천진난만이었다
나도 어떤 누구에게는 희망이었다
+이상운 시인은 가족치료 상담가, BCC, 열린교회 목사이며, (시집) ‘광야 위에 서다 그리고 광야에게 묻다’, ‘날지 못한 새도 아름답다’등을 출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