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는 새에게 가지를 내어 주고
사이 사이에 둥지도 내어 주고
설사, 가지에 구멍을 낸다해도
넓은 아량으로 새들을 품는다
새들이라고 무조건 신세만 지지 않을 터
염치는 있었던지 심심해 할 나무에게
독창, 중창, 합창으로, 음치도 한자리 끼워
천상의 화음으로 노래를 부른다
새들의 노래를 위한 청중은 나무
공연 무대까지 제공하는 이도 나무
박수는 늦잠에서 깨어난 나무가
춤은 늦겨울의 기지개를 펴는 나무가
모두, 말없는 나무가 보이는 관심이다
힘차게 수액을 공급해야 한다는 동기들
새싹을 움트게 하는 기억의 되새김들
살갗을 건드리는 봄의 달곰한 기운들
멈췄던 생장점의 눈을 틔우게 하는 것들
모두, 새들의 노래가 알려 주는 것이다
남녘에서 실려온 싱그런 이야기들
떠나는 북녘에게 아쉬움을 흔들어주는 것
모두, 새들이 준비한 나무를 위한 봄맞이다
모두, 나무을 위한 봄의 제전이다
나무는 새의 노래를 들으며 봄을 맞는다
[브래즐턴, 2023, 이상운]이상운 시인은 가족치료 상담가, BCC, 열린교회 목사이며, (시집) ‘광야 위에 서다 그리고 광야에게 묻다’, ‘날지 못한 새도 아름답다’등을 출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