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아지 똥과 인문학
강아지 산책을 하다 보면
낮과 밤이 확연히 다른 이유는 뭘까
낮엔 조금 떳떳하게 의기양양해지고
밤엔 주변을 두리번 두근두근해지고
흡사 강아지 산책은 정신 수양인 듯싶어
낮이면 강아지 똥을 교양인처럼
봉지에 담아 ‘나 이런 사람이야’라고
외려 밤이 되면 엉망이 되고 말아
인문학의 명제들을 끌어다가 묻고 답하는
마치 우스꽝스러운 산책이 되고 말지
고작 똥을 줍는데 무슨 구시렁이냐고
들어봐, 똥이 문제가 아니라
사위가 캄캄해지니, 마냥
두리번거리게 되고, 양심에게 묻게 되고
변명 조로 자기 합리화를 하게 된다니까
보이지 않으니 어쩔 수 없잖아, 라고
나 최선을 한 거라고, 어둠 때문이라고,
악화가 양화를 구축하는 거지
이럴 때면 죄와 벌이 두 눈을 치켜뜨고
어떠한 선한 목적일지라도
악한 수단을 정당화할 수 없다고
광선을 쏘아대는 것 같아
어쨌든 강아지 똥으로 인해
양심, 변명, 합리화가 실랑이를 하는
어정쩡한 똥과 인문학의 산책이 되는 거야
신기하지, 난 이렇게 고민스러운데
우리 집 마당에는 아직까지 똥이
보이지 않는단 말이야
동네 강아지들에게 벌써 소문이 난 걸까
+이상운 시인은 가족치료 상담가, BCC, 열린교회 목사이며, (시집) ‘광야 위에 서다 그리고 광야에게 묻다’, ‘날지 못한 새도 아름답다’등을 출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