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요일, 6월 19, 2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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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가보지 않은 길 – 이상운

가보지 않은 길

그대에게 어디를 가고 싶으냐고 물으면
마지못한 미소를 띠며 없다고만 한다
동일한 답은 나를 안온하게 하고
내가 가고 싶은 곳이 곧 그대의 곳이 된다
나도 안다, 장단을 맞춰 주었다는 걸
그대는 내키지 않았을 테다

그대는 자타 공인 집을 좋아하는 순이다
한 주 동안 단 한 번도 밖을 나가지 않아도
싫증을 내거나 토라지지 않는
범접 못 할 내공을 가졌으니

그런데 어느 날 그대가 자신은
가보지 않은 길을 즐긴다고 한다
그럴 리가, 난 코웃음을 친다
미지의 곳을 쏘다는 것이 좋단다
정말 일리가, 헛웃음마저 터져 나온다

대륙횡단 후, 서부 국립공원 투어는
10,000 마일이 족히 넘는 코스일 테다
가보지 않은 길에 대한 설렘 보다
슬그머니 걱정이 되는 대장정이랄까

그럼에도 그대는 가보지 않은 길일지라도
문제가 되지 않는다며 싱글벙글댔다
어쭈, 그 먼 길이 어디라고 우습게 아나, 싶다

아마도 가보지 않은 길에 대한 감격보다
렌트비를 아끼는 것이 더 설레었을지 모른다
그대는 아끼고, 난 꿈을 이룰 수 있으니
도랑치고 가재 잡는 일이 또 있으랴

가보지 않는 길을 훌쩍 떠나는 사람은
크게 계획을 세우지 않아도 된다
호텔이며 음식이며 코스까지도
상황과 감정에 따라 달라질 것을 알기에
하늘의 색깔에 따라 바람의 온도에 따라
그때그때 다를 뿐이다

[2021, 이상운]

+이상운 시인은 가족치료 상담가, BCC, 열린교회 목사이며, (시집) ‘광야 위에 서다 그리고 광야에게 묻다’, ‘날지 못한 새도 아름답다’등을 출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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