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년전 일식집 마련…곧 나올 둘째 아이 기다리며 꿈꿨던 행복 물거품
신호대기 중, 묻지마 총격에 임신 8개월 아내와 태중 아기도 잃어
지난해 애틀랜타 총격 등 최근 들어 한인 총격 사망 10 여 명
지난 13일 워싱턴주 시애틀에서 남편과 함께 출근을 하다가 ‘묻지마 총격’을 당해 목숨을 잃은 30대 한인 여성과 태중의 아기가 목숨을 잃은 사건이 발생했다.
신호대기 중 총격을 받고 숨진 권이나(34) 씨와 부상을 입은 권성현(37)씨 부부는 아들 권서준(2)에 이어 조만간 둘째 아기를 출산할 예정이어서 더 큰 충격을 주고 있다.
임신 8개월이었던 권이나 씨와 함께 아기도 응급 분만 직후에 사망했다.
15일 시애틀 한인사회 등에 따르면 임신 8개월이었던 권 씨는 사건 당시 여느 때와 마찬가지로 남편과 함께 운영하는 일식집의 문을 열기 위해 출근하는 중이었다고 한다.
일을 하기 위해 두 살 난 첫째 아이는 지인에게 맡겼다.
이들 부부는 두 달 뒤 태어날 둘째 아기와 함께 만들어갈 행복을 꿈꾸고 있었다.
하지만 부부의 꿈이 익어가는 일식집을 불과 1㎞도 남겨두지 않고 신호대기 중인 상태엣 묻ㅈ마 총격을 당했다.
직접 운전을 하던 권씨는 아무 영문도 모른 채 건너편에서 날아온 총탄에 머리와 가슴 등을 맞고 그자리에서 목숨을 잃었다.
권 씨는 급히 병원으로 옮겨져 둘째 아이 분만 수술을 받았지만 아이도 숨지면서 네 식구의 행복은 일순간에 물거품이 됐다.
미국 영주권자인 이들은 5년 전 어렵게 이 일식집을 마련했다고 한다. 일식집을 마련한 뒤 2년이 지나 코로나19가 들이닥치며 힘든 시기를 겪었지만, 이들은 아메리칸드림을 꿈꾸며 버텨냈다.
딸의 사망 소식에도 한국에 있는 권 씨 부모는 사정이 있어 미국에 들어오지 못한 채 발만 동동 구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팔에 총알을 맞은 남편은 퇴원해 경찰 조사 등을 받고 있지만, 아내와 아기를 잃은 큰 슬픔에 빠졌다.
아직 장례 일정도 잡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권 씨 부부가 운영했던 일식집에는 꽃다발과 위로 편지들이 쌓이고 있다.
미동남부 한인 외식업협회 김종훈 전 회장은 “너무도 안타깝고 충격적인 일”이라며 권씨가 운영하고 있는 일식집 사진을 본보에 제공했다.
또한 이들 부부의 사연이 전해지면서 한인 사회에서는 권 씨 친구들을 중심으로 이들을 돕기 위한 모금 운동이 펼쳐지고 있다.
나날이 늘고 있는 총격사고에 한인들의 피해도 계속 되고 있는 데, 지난 1월 인근 지역에서 음식점을 운영하던 김모 씨가 괴한의 총격을 받아 사망한 지 5개월 만에 다시 총격에 의한 사망 사건이 발생했으며, 4명의 한인 여성이 사망한 애틀랜타 한인 스파총격 사건, 지난 4월 텍사스 달라스에서 3명의 목숨을 앗아간 총격 사건 등 최근 들어 한인 총격 사망자 수가 10 명을 넘고 있다.
외교부 당국자는 “우리 공관이 국내 유가족 긴급 여권 발급, 장례 절차 지원 등 필요한 영사 조력을 제공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한인사회에서 권씨 부부 돕기 캠페인이 펼쳐지고 있는 가운데 워싱턴주 사격연맹(회장 정정이)이 500달러, 워싱턴주 한인상공회의소(회장 박용국)가 1천달러의 조의금을 각각 전달했다.
또한 권씨의 한인 친구들이 14일 온라인 모금사이트인 고펀드미에 계좌(https://gofund.me/6954e160)를 오픈했다. 고펀드미에는 현재 1800 여 명이 참여해 11만 8천 여 달러가 모금됐다.
모금에 참여 하고자 한인은 고폰드미를 통해 계속 동참 할 수 있다.
<유진 리 대표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