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선수 박주호의 은퇴식에서 그의 부인 안나가 팬들을 향해 큰절하는 장면이 담긴 사진이 공개돼 팬들에게 깊은 감동을 주고 있다.
6일 수원종합운동장에서 열린 수원FC와 울산의 경기 뒤 국가대표 출신 풀백 박주호의 은퇴식이 진행됐다.
박주호는 일본, 유럽 등 해외에서 오래 뛰다가 2018년 울산에 입단해 국내 프로 무대를 처음 밟았다.
울산에서 2020년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ACL) 우승에 기여한 박주호는 2021년 수원FC로 팀을 옮겨 2년여 동안 활약하다 이날 축구화를 벗었다.
두 팀에서 선수들의 ‘큰 형님’으로 묵묵히 제 몫을 다한 박주호를 향해 수원FC와 울산 팬 모두 아낌없는 박수를 보냈다.
박주호는 수원FC 소속이었지만 은퇴 행사 중간에 친정팀인 울산 서포터석 쪽으로 가 울먹이며 감사 인사를 했다.
그런데 울산 팬들을 펑펑 울게 한 것은 박주호가 아니었다.
울산 구단에 따르면 박주호는 은퇴 행사를 이어가려고 발길을 돌렸지만, 그와 함께 있던 안나는 울산 서포터석 쪽에 남았다.
그러고는 울산 팬들을 향해 천천히 큰절했다.
울산 서포터석은 일순간 조용해졌다고 한다. 여기저기서 훌쩍이는 소리가 이어졌다.
구단 관계자는 “어설픈 절이 아니었다. 누가 봐도 움직임 하나하나에서 정성을 발견할 수 있는, 그런 절이었다”고 전했다.
이 모습은 울산 팬 김기진 씨의 카메라에 담겼다.
김 씨는 “사진을 찍으면서 울컥했다. 감동을 주는 장면을 내 손으로 남기게 돼 행복하다”고 말했다.
이날 수원종합운동장에는 8천733명의 관중이 찾았다. 이 중 3분의 1 가까운 1천733명이 울산 원정 팬이었다.
스위스인인 안나는 박주호가 스위스 바젤에서 뛸 때 통역사로 만나 결혼했다.
박주호와 사이에 둔 2남 1녀와 함께 TV 예능 프로그램에 출연해 국내에 적잖은 팬이 있다.
지난해 암 투병 사실을 SNS를 통해 공개했고, 지금은 상태가 많이 호전한 것으로 알려졌다.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