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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궁 속 일본판 ‘돈 후안’ 살인사건…55세 연하 前부인 체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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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판 ‘돈 후안’ 살해 혐의로 55세 연하 전 부인 체포(와카야마 교도=연합뉴스)

결혼 석달만에 각성제 중독으로 사망…3년만에 수사 급물살

저서에서 “미녀와 성관계 하기 위해 돈 번다”…유산 전액 기부

재력을 앞세운 복잡한 여성 관계로 ‘돈 후안’으로 불린 일본의 70대 사업가는 20대 부인에게 살해당한 것으로 현지 수사기관이 결론을 내렸다.

미궁에 빠졌던 부호 노자키 고스케(野崎幸助·향년 만77) 사망 사건의 전모가 드러날지 주목된다.

일본 와카야마(和歌山)현 경찰본부는 노자키를 살해한 혐의(살인·각성제 단속법 위반)로 노자키의 부인이던 스도 사키(須藤早貴· 만25) 씨를 28일 전격 체포했다고 교도통신 등 일본 언론이 이날 일제히 보도했다.

스도는 2018년 5월 24일 와카야마현 다나베(田辺)시 소재 노자키의 집에서 노자키가 치사량의 각성제를 섭취해 중독사 하도록 한 혐의를 받고 있다.

3년 전 발생한 사건이 주목받는 것은 노자키의 남다른 인생 이력 때문이다.

노자키 고스케의 자서전
노자키 고스케의 자서전[교도=연합뉴스 자료사진]

그는 여성 편력을 다룬 자서전 ‘기슈(紀州)의 돈 후안, 미녀 4천 명에게 30억엔(약 306억원)을 바친 남자’, ‘기슈의 돈 후안 야망편 내가 ‘생애 현역’으로 있을 수 있는 이유’ 등으로 이목을 끌었던 인물이다.

기슈는 일본 와카야마(和歌山)현과 미에(三重)현 남부의 칭하는 지명이며 돈 후안은 유럽 전설에 등장하는 중세의 바람둥이 귀족이다.

노자키는 중학교 졸업 후 고철 수집, 방문판매원으로 자립했고 이후 금융업, 주류판매업, 부동산 투자 사업 영역을 확대하며 고액 납세자 명단에도 종종 이름을 올릴 정도로 돈을 모았다.

그는 저서에서 자신의 욕망이 성욕뿐이라며 ‘돈을 버는 것은 미녀와 성관계를 하기 위해’서라는 지론을 펼치기도 했다.

그런 노자키가 55세 연하의 스도에게 ‘최후의 여성이 돼 주겠냐’고 청혼해 2018년 2월 결혼했으나 석 달 만에 파란만장한 삶을 마감했다.

당시 스도와 가정부가 침실 소파에 알몸으로 쓰러져 있는 노자키를 발견해 119에 신고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블루 시트로 가려진 노자키 고스케의 자택(2018년 6월)
블루 시트로 가려진 노자키 고스케의 자택(2018년 6월)[교도=연합뉴스 자료사진]

집에 여러 대의 폐쇄회로TV(CCTV)가 설치돼 있었으나 당일 저녁부터 노자키가 숨진 채 발견된 시각까지 출입한 이들이 확인되지 않았다.

노자키의 몸에 눈에 띄는 외상은 없었고 부검 결과 체내에서는 각성제 성분이 검출됐다. 사인은 급성 각성제 중독으로 판명됐다.

경찰은 노자키가 살해당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자택이나 사무소 등을 압수수색하고 친족과 회사 종업원 등 약 1천 명에게 진술을 청취하는 등 대대적인 수사를 벌였으나 뚜렷한 단서를 얻지 못해 사건이 미제로 남는 듯했다.

스도가 체포된 것으로 사건이 일단락될지는 미지수다.

경찰은 스도가 혐의를 인정하는지 여부를 밝히지 않았다.

마이니치(每日)신문은 스도가 각성제를 어떻게 입수했으며, 어떻게 노자키에게 섭취시켰는지가 향후 수사의 초점이 될 것이라고 보도했다.

경찰은 사망 추정 시각 전후에 제삼자의 관여가 불가능하다고 보고 있으나 노자키의 사망과 스도를 직접 연결할 증거가 부족하다고 이 신문은 평가했다.

고인과 스도의 인연 및 평범하지 않았던 결혼 생활도 다시 주목받고 있다.

요미우리(讀賣)신문에 따르면 홋카이도 출신으로 고교 졸업 후 미용전문학교를 다닌 스도가 노자키와 처음 만난 것은 공항이었다.

노자키는 하네다(羽田)공항에서 자신이 넘어지려고 할 때 스도가 도와준 것을 계기로 서로 연을 맺게 됐다고 결혼 2개월 후 펴낸 저서에서 회고한 바 있다.

가정부는 노자키와 스도가 “늘 옥신각신”했으며 대화에 열중하는 모습을 본 적이 없다고 이들의 결혼 생활에 관해 말했다.

또 스도가 저녁 식사를 자기 몫만 만들거나 노자키의 말을 잘 듣지 않아 노자키가 이혼하겠다는 말을 한 적도 있다고 덧붙였다.

NHK는 스도가 결혼 후에도 도쿄의 아파트에서 살았으며 노자키가 머무는 와카야마의 집에 오는 일은 드물었다고 보도했다.

노자키가 사망한 후 13억엔(약 133억원)이 넘는 유산 전액을 다나베시에 기부하겠다는 유언장이 발견된 것도 눈길을 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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