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판적 인종 이론/사진: Christian today
“아시안계 미국인 역사를 가르치는 일은 ‘비판적 인종 이론’이 아니다!”
아시안계 미국인 역사교육 승인한 일리노이주, 비판적 인종 이론 언급 없어
켐프 주지사에 항의 서한 보낸 일부 한인, 한인 역사에 큰 사건
미국 정치인 공무원 사진 찍으려고 만나나?…. 확실한 메세지 전달 해야
최근들어 비판적 인종이론이 정치판과 교육계를 흔들고 있다. 조지아 켐프 주지사는 이 비판적 인종 이론을 아시안 증오범죄와 관련해 아시안계 미국인들의 미국에 대한 기여 등을 교실에서 가르치지 말라고 지난 5월 주교육위원회에 촉구하고 급기야는 행정명령까지 내린 바 있다. (본지 관련기사 링크)
켐프 주지사의 이같은 망언은 아시안계 미국인에 대한 역사 교육을 비판적 인종 이론에 대입해 좌경화 및 사회주의화, 이념적 대립으로 왜곡해 버렸다. 이러한 켐프 주지사의 발언과 명령으로 교육에서조차 아시안계 미국인 역사교육을 하지 않겠다는 카운티와 하겠다는 카운티가 각기 갈길을 선언한바 있으나 더 큰 문제는 이 비판적 인종 이론이 무엇인지 미국인도 한인들도 개념조차 파악하지 못하고있다는 점이다. 이에 비판적 인종 이론에 대해 알아본다.
결론부터 말하면 아시안계 미국인 역사를 가르치는 일은 ‘비판적 인종 이론’이 아니다. 쟁점은 이 비판적 인종 이론을 아시안 증오범죄와 관련해 아시안계 미국인의 역사와 연관지어 언급한 켐프 주지사의 발언이다. 비판적 인종 이론은 아시안계 미국인 역사교육과 관련이 없다.
지난 9일 일리노이주는 미국에서 최초로 아시안계 미국인 이민역사를 가르치는 것을 주지사 명령으로 승인했다. (본지 관련기사 링크) 여기에도 아시안계 미국인 이민사만 언급되어 있지 비판적 인종 이론에대한 언급은 전혀 없다.
지난 5월26일 귀넷카운티 니콜 러브 헨드릭슨 의장은 아시안 문화유산의 달을 맞아 아시안계 미국인의 역사 교육을 학교 교과목에 포함시키는 선언문을 발표했다(본지 관련기사 링크). 애틀랜타 범한인 아시안증오범죄 중단 촉구 비상대책 위원회(위원장 김백규)과 위원들은 이날 단상에 올라 선언문을 수령한 바 있다. 이 선언문에도 비판적 인종 이론에 대한 언급은 없다.
1.비판적 인종 이론이란?
비판적 인종 이론(Critical race theory; CRT)은 비판적 이론의 적용과 인종, 법, 권력의 교차에서 사회와 문화의 비판적 점검에 초점을 둔 사회과학이다라는 사전적 의미가 있다. 이는 1970년대 중반에 몇 미국의 법학자들의 글에서 처음 드러나기 시작했고, 데릭 벨, 알란 프리맨, 킴벌리 윌리엄스 크렌쇼, 리처드 델가도, 쉐릴 헤리스, 찰리 로렌스 3세, 마리 마스다, 패트리샤 윌리엄스등이 주창했다. 이 이론은 1980년대에 이르러 하나의 운동으로 등장하였으며, 비판적 법 연구의 재생산된 이론이 인종 문제에 집중하여 발전됐다.
비판적 인종 이론의 주요 내용은 백인 우월주의가 존재하며 법을 통해 권력을 유지하고 있다는 것, 법과 인종의 권력간의 관계를 변화시키며, 인종적 해방과 반 종속주의를 확대하고 가능하게 만든다는 것인데 여기까지 보면 일단 이 이론은 백인 우월주의의 존재를 인정하는 전제하에 출발하게 된다.
또 세세히 들어가보면 이 이론의 학자들은 진보개념인 계몽주의의 합리성, 법적 평등, 헌법의 중립성, 증가주의, 인권운동의 단계적 접근방법에 의문을 갖고, 사회적 변혁에 대해 인종적인 접근을 선호하는 등 진보주의를 비판한다. 이들은 또 적극적 우대조치, 피부색 무시 등을 비판한다.
또한 스토리텔링 기법을 사용해 인종적 핍박을 받은 경험을 자세히 다루고 연구하는데, 특히, 토착인디언들의 이야기가 대표적인 예이다.
한편 법적인 사고 또는 문화의 구조가 그것의 내용을 어떻게 영향을 미치는가에 대해 탐구하며, 상호교차성을 인정해 인종, 성별, 계급, 태어난 국가, 성적지향을 조사한 뒤, 그들 간의 결합되는 것이 어떻게 다양한 형태에서 역할을 하는가를 조사, 연구한다.
흔히들 사용되는 한인들의 잣대로 구분 지으면 좌파성향이 짙고, 진보를 비판하는 또다른 진보이며 성격 자체가 애매모호하기도 하다. 이런 연유로 비판적 인종 이론에 대해 우파측에서는 이를 좌경화, 사회주의, 공산주의 등 이데올레기로 쟁점화 시키고 있다.
인디언 수난사, 다시말해 잔인했던 백인들의 흑역사를 이야기 형식으로 전파하고 그 이면에는 백인 우월주의가 깔려있는.. 백인들의 잔학행위를 반성자자는 건지, 지적하자는 건지, 백인은 이래도 된다고 은유적으로 가르치는 건지, 좀처럼 이해하기 쉽지않은 이론으로 진화되어왔다.
2. 왜 교실에서 논란이 되나?
비판적 인종 이론에 대해 대다수의 교육계와 공화당 및 극우파 등이 반대하는 이유는 비판적 인종 이론이 처음에는 원주민인 인디언에 대한 학살 이야기가 입에서 입으로 교육됐던 것에서 이제는 흑인들이 당한 노예 제도하의 비참함 등이 미국 탄생의 배경이라고 주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에포크 타임스는 최근 기사를 통해 현재 미국 내에서 “비판적 인종 이론’을 둘러싼 대립이 격렬한 이유에 대해 ‘ 비판적 인종 이론이 교실에서 학생들에게 미국을 흑인에 대한 인종차별로 만들어진, 태생부터 잘못된 국가로 가르치고 있어서다”라고 보도했다.
또 비판적 인종 이론에 근거한 학교 교육을 반대하는 보수우파에서는 인종차별의 존재 자체를 부정하는 것은 아니나, 모든 백인들에게 죄책감을 심어주려 하고 있으며 그 뿌리가 마르크스 계급투쟁에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급진좌파가 비판적 인종 이론을 사회 제도 개선을 꾀하는 한 견해로 활용하는 것이 아니라 자본가-노동자 대립을 백인-유색인종 대립으로 치환해 미국 사회에 계급 투쟁을 이식하려는 의도로 국가관을 확립해야 할 어린 학생들에게 가르친다는 것이다.
이 이론의 지지자들은 미국의 인종차별이 개인이 아닌 사회구조적 문제라고 주장하며, 이를 개선하기 위한 포괄적 노력 모두가 비판적 인종 이론의 범주에 들어간다고 설명한다. 미국의 건국 역사, 법 체계가 인종차별을 깔고 있다는 것.
이에대해 퇴임후에도 공화당내 대선 후보 순의 1위에 등극한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은 지난 11일 텍사스에서 진행된 2021년 보수정치행동회의(CPAC) 제2차 대회 폐막 연설에서 비판적 인종 이론을 “무찌르겠다”고 공약 중 하나로 내걸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당시 “오늘 이곳에 모인 모든 사람들의 도움으로 우리는 급진좌파, 사회주의자, 마르크스주의자, 비판적 인종 이론가들을 물리칠 것”이라고 말하며 공화당의 결속을 다졌다.
실제로 미국 학교 현장에서 ‘비판적 인종 이론’이라는 명칭을 직접 교육에 사용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한 지역 언론인에 따르면 반인종차별, 조직적 인종차별, 다양성·포용성·평등, 사회 정의 등 여러 가지 형태와 용어로 학생들에게 교육하고 있다고 밝힌바 있으나, 이것 역시 제대로 된 지적이라고 볼 수 없다. 미국에서는 비판적 인종 이론을 가르치려는 학교, 이사회, 교사 노조와 이를 막으려는 학부모들 사이에서 벌어지는 갈등을 두고 ‘문화 전쟁(culture war)’이라는 표현까지 나온다.
에포크 타임스는 비판적 인종 이론이 미국의 전통적 가치관을 향한 ‘캔슬컬처(cancel culture·취소문화)’의 한 형태라고 보도했다. 캔슬컬쳐는 우리와 정치적 견해가 다르면 존재 자체를 배척한다는 태도다. 미국은 인종차별 국가이니 건국 역사부터 보이콧하겠다는 식이다.
미국적 가치관을 옹호하는 공화당 우세 지역에서는 주지사들이 앞장서서 비판적 인종 이론이나 유사한 교육이론을 교육 현장에 도입하지 못하도록 금지하고 나섰다. 지난 3월에는 론 드산티스 플로리다 주지사가 지역 내에서 비판적 인종 이론 교육을 몰아내겠다고 선언했고, 가장 최근에는 더그 듀시 애리조나 주지사는 지난주 지방정부 직원들을 대상으로 비판적 인종 이론 및 현장 응용에 관한 교육을 금지하는 법안을 승인했으며 5월에는 브라이언 켐프 조지아 주지사가 서명했다.
3.무엇을 해야하나?
일단 비판적 인종 이론과 아시안계 미국인 이민사 교육을 따로 떼어 놓아야 한다.
켐프 주지사의 발언으로 미국인 학부모들과 교사, 정치인들까지 아시안계 미국인 역사 교육이 비판적 인종 이론의 한 부분으로 잘못 알고 있어 각 카운티 교육위와 학부모들 모임에서 쟁점이 되고 있다. 게다가 공화당과 민주당 양당이 이를 정치적 프레임으로 사용하고 있어 아시안계 미국인 역사 교육과 혼란을 주고 있다. 이렇기 때문에 일단 이 정치적 프레임에서 벗어나 공화당과 민주당 양당으로부터 아시안계 미국인 역사 교육의 중요성과 당위성을 인정하게 해야한다. 이 일은 정말로 쉽지않다. 그래서 귀넷카운티가 했던 것처럼 아시안계 미국인 역사교육을 지지한다는 입장을 메트로 애틀랜타 지역의 각 카운티로 확대해 받아내야 한다.
무엇보다도 한인들을 비롯, 미국인 학부모 교사들에게도 아시안계 미국인 역사 교육이 비판적 인종 이론과 다르다는 것을 알려야 한다. 미국 정치인, 선거직 공무원들과 친분을 맺는 것처럼 사진이나 찍고 하는 고질적인 한인들의 행위에서 벗어나, 보다 진지한 토론을 통해 아시안계 미국인 역사 교육의 중요성을 알려야 한다. 그렇게 하기 위해서 한인 리더들은 부지런히 공부해야하고 경우에 따라 인상도 쓰고 얼굴 붉히는 논쟁도 벌일 수 있어야 한다.
비판적 인종 이론은 좌파들에 의해 여러 모양, 형태로 진화된 고도의 갈등을 불러 일으키는 비판 전술이 되었다. 해결보다는 쟁점만 부축이기에 지탄 받아왔다. 그래서 흑인 커뮤니티에서조차도 지지를 받지 못하고 있다. 이런 차에 아시안계 미국인 역사 교육을 비판적 인종 이론이라고 주장하는 조지아 주지사. 그것에 맞장구치는 공화당 아닌 공화당 한인. 아예 이도 저도 모르면서 비판적 인종 이론을 반대하는게 아시안계 미국인 역사교육을 하는 것으로 알고 있는 한인들… 이참에 제대로 알아 미국 정치 놀음에서 빠져나와야 한다.
앞으로 이 비판적 인종 이론에 대해 귀가 따가울 정도로 듣게 될 전망이다. 공화당은 아예 정치적 또는 선거 캠페인에 이를 키워드로 사용하고 있고, 민주당은 아시안계 역사 교육을 들고 나오기에, 유권자들의 혼란은 증폭될 것으로 보인다.
고래 싸움에 새우 등 터진다? 한인들의 명확하고 소신있는 자리매김이 필요하다. 그래서 아시안계 미국인 역사 교육을 비판적 인종 이론이라고 선언 해버린 켐프 주지사의 망언에 대해 그마나 한인 몇사람이 항의 서한을 보냈다는 사실은 미국 정치판에 애틀랜타 한인 사회가 만만치 않다라는 것을 보여준 하나의 사건으로 각인되고 있다.
<유진 리 대표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