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악인 김홍빈 대장. [광주시산악연맹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1999년 실종된 연세산악회 허승관씨…지인이 현지로 가 수습 예정
히말라야 브로드피크(8천47m)에서 산악인 김홍빈 대장이 조난당해 실종된 가운데 현지 베이스캠프(4천950m) 인근에서 22년 전 실종된 한국 산악인의 시신이 발견됐다.
26일 외교부 당국자와 산악계에 따르면 이달 초순께 브로드피크 베이스캠프 근처에서 한 외국인 등반대가 한국인 남성 고(故) 허승관 씨의 시신을 찾았다.
현지에 눈이 잠깐 녹은 사이 풍화된 시신이 발견된 것이다. 시신과 함께 발견된 연세산악회 재킷과 깃발 등을 토대로 고인의 신원이 확인됐다.
김 대장 수색 도중 허씨의 시신이 발견됐다는 이야기도 있었으나 이는 사실이 아닌 것으로 밝혀졌다.h
이와 관련해 연세산악회 측은 “산악회원 1명이 브로드피크를 찾아 시신을 수습하기 위해 오늘 파키스탄으로 출발한다”고 밝혔다.
다만 현지에서 브로드피크 베이스캠프를 가려면 이슬라마바드에서 스카르두로 이동한 뒤 다시 5일가량 도보로 등반해야 하기 때문에 다음 달 초는 돼야 시신 수습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국내로 시신을 운구하기는 쉽지 않은 상황이라 현지에서 화장으로 장례 절차를 진행할 것으로 알려졌다.
허씨(당시 27세)는 1999년 7월 29일 연세산악회 등정대 소속으로 고 박영석 대장 등반대와 합동으로 브로드피크를 오르다가 해발 7천300m 지점에서 등반을 포기하고 내려오던 중 실종됐다.
다른 대원들이 이후 허씨가 사라진 사실을 파악하고 수색작업에 나섰지만, 결국 허씨를 발견하지는 못했다.
이후 2005년 K2 등반을 위해 방문한 박영석 대장이 허씨를 포함해 이곳에서 숨진 산악인 2명을 추모하는 동판을 K2 베이스캠프에 있는 추모 바위에 부착하기도 했다.
히말라야의 험준한 환경에서 실종된 시신을 22년이라는 오랜 시간 뒤에 발견하는 것은 매우 드문 일이다.
앞서 2009년 9월 직지원정대 일원으로 히말라야 히운출리 북벽을 오르다 연락이 끊긴 민준영·박종성 대원 시신이 10년 만인 2019년 7월 발견된 전례가 있지만, 다수 실종자는 히말라야에 잠들었다.
허씨를 추모했던 박영석 대장도 2011년 10월 안나푸르나에서 코리안 루트를 개척하다 사라졌으며 끝내 찾지 못했다.
한편, 김 대장은 지난 18일(현지시간) 오후 4시 58분 파키스탄과 중국에 걸쳐 있는 브로드피크의 정상 등정을 마치고 하산하던 도중 해발 7천900m 부근에서 조난 사고를 당했다.
김 대장은 조난 상태에서 다음날 오전 러시아 구조팀에 의해 발견된 뒤 주마(등강기)를 이용해 올라가다가 중국 영토 쪽으로 추락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 대장은 이번에 브로드피크 정상을 밟으면서 장애인으로는 최초로 히말라야 8천m급 14좌 등정에 성공한 상태였다.
지난 며칠 동안 파키스탄군 헬기 등이 추락 추정 지점을 수색했지만 진전은 없었다. 이후 김 대장 가족의 요청에 따라 이날부터 수색은 중단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