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식 (전 애틀랜타 한인문학회장)
지난 2008년 11월 4일, 미국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조기투표를 실시 하였습니다.
그런데 그 조기 투표장에도 사람들이 많이 몰려와 긴 줄을 서서 보통 두 시간 이상을 기다려야 했습니다. 그 긴 줄에 서서 기다리려니 조급증이 나서 견디기 힘들었습니다.
주변을 둘러보며 다른 기다리는 사람들의 모습을 보았지요. 모두들 느긋한 마음으로 신문이나 책을 읽으며 조금도 불평 없이 기다리더군요.
그 많은 사람들 중에서 얼마나 기다려야 하는가 하고 투표안내원에게 묻는 사람은 나 밖에 없었습니다.
날씨도 추운데 두 시간씩 무작정 기다린다는 사실이 내게는 까마득하게만 여겨졌기 때문이었지요. 그러니까 그 많은 사람들 중에서 조급 증세를 가진 사람은 나 밖에 없었다는 사실입니다.
우리 한국인에겐 이 같이 불같은 성미가 느긋함보다 더 강한가 보다고 생각했습니다.
주로 출퇴근 때에는 버스를 탈 때에도, 버스에서 내려서도, 길가는 사람들은 모두 빠른 걸음으로 횡횡 나르는 것 같아 보이기도 했습니다.
2013년에 잠시 한국을 방문하여 지하철을 타게 되었습니다. 그 많은 사람들이 남자 여자 할 것 없이 얼마나 빨리 걷는지 도무지 따라 잡을 수가 없더군요.
저렇게 빨리들 서둘러 치닫는 것을 보면서 나만 굼벵이 같다고 느꼈습니다.
무엇이 그리 바쁜지 서두르는 모습을 보면서 어쩌면 이게 바로 한국인의 성정이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들더군요.
아마 모르긴 하지만 만약 한국의 투표장이 미국의 투표장 처럼 그렇게 두 시간씩이나 기다려야 한다면 과연 몇명이나 남아서 투표를 할까 하고 생각해 보았습니다.
누구나 자신에게 주어진 시간은 소중한 것이지요. 그 중요한 시간을 아껴 쓰고 싶은 것은 당연합니다. 그러나 나만 아껴 쓰면 된다는 생각은 아닌가 하고 생각해 봅니다.
그러니까 기다리기 보다는 다른 편법을 찾아야 한다는 생각에 사로잡혀 있다는 말이지요.
그러나 새치기를 하여 내 시간을 절약하면 그만큼 다른 사람이 피해를 본다는 사실도 염두에 두어야 하는 것 아닙니까?
남이야 어찌 되었건, 나만 빨리 해결해 버리면 된다는 사고방식에 길들여져 있는 것은 아닌가 하고, 나 자신을 되돌아 본답니다.
골프를 치는 분들 중에는 골프장에서도 아주 서두는 모습을 볼 때도 있습니다. 앞 팀이 너무 느리게 시간을 끌면 그 때부터 조급증이 나기 시작하는 것이지요.
“저네들이 왜 저렇게 느려?”라고 몇 마디 하다가 기다린 후에 공을 쳐서 제대로 맞지 않을 경우엔, 리듬이 깨어져서 그렇다고 다시 앞 팀을 비난하는 경우를 봅니다.
물론 자기가 하고 싶은 대로 거침이 없으면 좋겠지요 만, 어디 세상일이 내가 하고 싶은 대로 술술 풀려나가는 것도 아니질 않습니까?
자기가 하는 일에 몰두 하다 보면 조금씩 느려 질 때도 있는 것이지요. 물론 지나치게 느릴 경우에는 순찰원에게 귀띰하여 바로 잡을 수도 있겠지요.
그런데 뒤에오는 팀이 나의 팀이 늦다고 불평을 순찰원을 통하여 알려 오는 경우엔, 또 기분을 잡치게 되지요.
골프를 치면서 Stress도 풀 겸 즐기러 갔다가, 오히려 Stress를 받고 마는 경우도 생길 수 있답니다.
이는 다 조급증에서 비롯된 것이 아닌가 하고 생각 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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