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요일, 4월 17, 2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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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ome교육.문화'5㎝의 기적' 수백년 전 지진으로 넘어진 80t짜리 마애불 세울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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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의 기적’ 수백년 전 지진으로 넘어진 80t짜리 마애불 세울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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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 발견 직후부터 “다시 세우는 게 목표”…최근 막바지 검토

구체적 방향 곧 윤곽…”세우면 가치 떨어진다” 신중론도

지진으로 넘어져 수백 년 이상 감춰져 있다가 모습을 드러낸 경주 남산 열암곡 마애불상을 바로 세우기 위한 막바지 검토가 진행되면서 이런 구상이 실현될지 이목이 쏠린다.

문화재청과 경주시는 마애불을 다시 세우는 것을 포함해 보존 방안을 결정하기 위한 연구 용역을 의뢰했으며, 사업의 구체적 방향은 머지않아 결정될 전망이다.

6일 불교계 등에 따르면 대한불교조계종 총무원장인 진우스님은 “마애부처를 바로 모시는 것은 미래 천년을 세우는 초석”이라고 규정했다. 조계종은 최근 관련 업무를 담당할 ‘천년을 세우다’ 추진위원회를 출범하고 천일기도를 시작하는 등 종단 차원에서 부처님 바로 세우기 사업에 대한 기대감을 드러내고 있다.

경주 남산 열암곡마애불
경주 남산 열암곡마애불(서울=연합뉴스) 경주 남산 열암곡에서 발견된 통일신라 대형 마애불상을 새긴 바위 [자료사진]

하지만 무게 70∼80t에 달하는 석조 불상을 세우려면 해결해야 할 과제가 아직 남아 있다.

◇ 2007년 5월 모습 드러낸 ‘5㎝의 기적’…지진으로 넘어진 듯

경주 남산의 마애불은 2007년 5월 22일 남산 열암곡석불좌상과 일대를 발굴 조사하던 중 발견됐다.

마애불은 화강암에 고부조(高浮彫)로 조각돼 있고 약 35도의 경사면에 머리가 아래쪽을 향한 채 엎어진 상태로 놓여 있었다.

열암곡마애불상 제원(정면)
열암곡마애불상 제원(정면)[국립경주문화재연구소 발행 ‘경주남산 열암곡마애불상 정비 보고서'(2015년)에서 발췌, 재판매 및 DB 금지]

마애불이 조각된 화강암은 길이 약 6.8m, 너비 약 4m, 두께 약 2.9m에 달하며 무게는 약 70∼80t으로 추정된다.

일단 규모가 커서 눈길을 끌었지만, 놓여있는 상태로 인해 더 주목받았다.

콧날이 지면에 있는 바위와 불과 약 5㎝ 간격을 유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안면부가 바닥의 바위와 직접 접촉하지 않아 가까스로 심한 훼손을 피하면서 ‘5㎝의 기적’이라는 평가를 낳았다.

마애불이 넘어진 정확한 시기를 특정하기는 어렵지만 원인은 일대에 빈발한 지진 때문으로 추정된다.

경주 남산 열암곡마애불상
경주 남산 열암곡마애불상[국립경주문화재연구소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경주 일대에는 통일신라, 고려시대, 조선시대에 지진이 여러 차례 발생했다.

삼국사기 등에 의하면 통일신라 시대인 779년 지진으로 집이 무너져 100여 명이 사망했다는 기록이 있다.

국립경주문화재연구소가 발행한 ‘경주남산 열암곡마애불상 정비 보고서'(2015년)에 의하면 고려사와 고려사절요는 석가탑이 중수(重修)된 현종(재위 1009∼1031년)∼정종(靖宗·재위 1034∼1046년) 시대를 지진의 엄습으로 공포에 떨었던 시기로 적었다.

한국건설기술연구원 등은 1430년에 발생한 규모 6.4 지진, 1557년 규모 6.4 지진이 마애불이 넘어지는 데 영향을 줬을 가능성에도 주목한 바 있다.

◇ 발견 직후부터 “다시 세우는 게 목표”…기술 검토 본격화

마애불을 바로 세우는 구상은 근래에 대두한 것이 아니다. 발견 직후부터 넘어진 것이니 다시 세워야 한다는 이야기가 나왔다.

2007년 9월 10일 마애불 얼굴을 공개하는 현장을 방문한 유홍준 당시 문화재청장은 “불상의 콧날까지 완벽하게 남아있을 정도로 보존 상태가 뛰어난 석조 입상은 발견된 사례가 극히 드물다”며 “불상을 다시 일으켜 본래 자리에 다시 세우는 것이 궁극적인 목표”라고 말한 바 있다.

당시 그는 “우선 조각 면이 드러날 수 있도록 90도 방향으로 회전해 와불 형태로 일반에 공개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하지만 거의 16년이 지나도록 불상을 세우는 것은 물론이고 돌리는 것도 실현되지 않았다.

거대한 석조물을 세우는 작업은 그만큼 기술적으로 쉬운 일이 아니다.

불상이 산 중턱의 급사면에 놓여 있고 워낙 육중하기 때문이다. 접근로가 좁아서 대형 중장비를 현장에 반입하는 것도 간단하지 않다.

최근 조계종이 마애불 바로 세우기에 강한 의욕을 보이는 가운데 관계 당국은 기술적인 검토에 속도를 내고 있다.

여러 차례의 현장 조사와 디지털 스캔 등을 통해 마애불의 윤곽은 입체적으로 파악됐다.

건설기술연구원은 인양 벨트를 이용해 마애불을 들어 올리는 경우 최소 2개 이상의 벨트를 사용해야 미끄러짐을 방지할 수 있다는 분석 결과를 최근 내놓았다.

마에불을 세울 때 인양벨트를 1개만 쓰는 경우의 문제점 분석도
마에불을 세울 때 인양벨트를 1개만 쓰는 경우의 문제점 분석도[경주시 발행 ‘경주 남산 열암곡마애불상의 가치와 보존 학술대회’ 자료에서 발췌, 재판매 및 DB 금지]

현재 문화재청과 경주시는 마애불을 다시 세우는 것을 포함한 보존 방안을 두고 기술적·법적·학술적으로 막바지 검토를 진행 중이다.

문화재청과 경주시는 일단 내년에 실물 크기의 암석을 세우는 모의실험을 실시하고 2025년에 불상 세우기에 나선다는 로드맵을 내놓은 바 있다. 조계종은 가능하면 서둘러서 2024년에 불상을 세워달라는 입장이다.

마애불이 있는 경주 남산은 1971년 국립공원으로, 1985년 사적 제311호로 지정됐으며 2000년에는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경주역사유적지구)에 등재됐다.

따라서 일련의 작업은 문화재보호법이나 세계유산협약 등 국내 법규 및 국제 기준에 따라 이뤄져야 하며, 관계 당국은 이에 관해서도 살펴보고 있다.

마애불 바로 세우기에 대한 문화재청과 경주시의 최종 판단은 올여름쯤 나올 것으로 관측된다.

◇ “세우면 문화재로서 가치 떨어진다”…신중론도

마애불을 다시 세우는 것에 대한 신중론도 있다.

지난달 14일 경상북도, 경주시, 문화재청이 ‘경주 남산 열암곡마애불상의 가치와 보존’을 주제로 개최한 학술대회에서 마애불을 현 상태로 보존하는 것을 지지하는 의견이 제시됐다.

김순웅 목포대 건축학과 초빙교수는 “오백 년 동안 아무도 모르게 엎드려 있었던 마애불상을 원래 자리에 세우는 일은 역사를 새로 만드는 행위”라며 “500년 전에 그런 기적이 만들어진 것을 우리가 없애는 것은 어리석은 행위이자 기억을 지우는 행위”라고 논평했다.

김재경 한양대 건축학부 교수는 “마애불상의 건립 시기를 신라 후기로 추정하더라도, 이미 자연재해로 인해 불상의 원형이 훼손된 상태이며 원래 위치를 특정할 근거가 미비하고 사료가 없기 때문에 특정 시기의 모습 그대로 복구하는 진정한 의미의 복원은 불가능할 것”이라며 원래 자리로 되돌린다는 구상에 의문을 제기했다.

그는 “마애불상이 여론의 관심을 받게 된 이유는 지면에 닿을 듯 닿지 않고 원형이 보존된 불상의 안면부의 극적인 모습 때문”이라며 “보존과 재생이라는 문화재 관리 조치의 의미는 열암곡 마애불상이 가진 극적인 특수성을 유지하는 방안”이라고 주장했다.

김재경 교수가 제안한 마애불 존치 시 관람객 모습 설명도
김재경 교수가 제안한 마애불 존치 시 관람객 모습 설명도[경주시 발행 ‘경주 남산 열암곡마애불상의 가치와 보존 학술대회’ 자료에서 발췌, 재판매 및 DB 금지]

김재경 교수는 마애불을 현 상태로 존치하도록 보호각을 설치하고 방문자가 석굴과 같은 통로를 통해 마애불에 접근해 바닥에 닿을 듯 말 듯 하게 넘어진 마애불의 안면부를 관람하도록 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그는 마애불을 다시 세우는 것을 두고는 “입불 과정에서 훼손이 불가피해 문화재적인 가치는 떨어질 것”이라며 건축을 통해 새로운 가치를 부여할 수 있어야 한다고 제언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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