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들이여, 황금기 지났다는 말 절대 믿지말라”
말레이 출신, 홍콩 액션영화로 유명…’또한번 황금기 맞아
영화 ‘에브리씽 에브리웨어 올 앳 원스’의 양쯔충(양자경)이 미국 아카데미 여우주연상을 받았다.
아시아계 배우가 오스카 여우주연상을 받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말레이시아 출신인 양쯔충은 12일 로스앤젤레스 돌비극장에서 열린 제95회 아카데미 영화상 시상식에서 케이트 블란쳇(‘TAR 타르’), 아나 데 아르마스 (‘블론드’), 앤드리아 라이즈버러(‘투 레슬리’), 미셸 윌리엄스(‘파벨만스’)를 제치고 여우주연상을 거머쥐었다.
‘에브리씽 에브리웨어 올 앳 원스’는 아시아계 미국인 가족이 다중 우주를 넘나들게 되며 벌어지는 이야기다. 양쯔충은 ‘아메리칸드림’을 꿈꾸며 미국에 온 이민 1세대로, 세탁소를 운영하는 에벌린을 연기했다.
에벌린은 현실 세계에서는 동성애자인 딸(스테퍼니 수 분)과 갈등을 빚고, 다중 우주에서는 세상을 파괴하려는 빌런 ‘조부 투바키’에 맞서 싸우는 인물이다.
흰색 드레스 차림의 양쯔충은 이날 수상 무대에 올라 감격한 듯 가슴에 손을 얹고서 먼저 크게 숨을 쉬고는 떨리는 목소리로 소감을 밝혔다.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오늘 밤 저와 같은 모습을 지켜보는 어린아이들에게 이것이 희망의 불꽃이 되기를 바랍니다. 가능성이 되기를 바랍니다. 큰 꿈을 꾸고 꿈은 실현된다는 걸 보여주길 바랍니다.”
이어 양쯔충은 “여성 여러분, 여러분들은 황금기가 지났다는 말을 절대 믿지 마시기를 바란다”며 “이 상을 제 엄마께 바친다. 모든 전 세계 어머니들께 바친다. 왜냐면 그분들이 바로 영웅이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그분들이 아니었다면 그 누구도 오늘 이 자리에 있지 못했을 것”이라며 “제 어머니는 84세로, 트로피를 집으로 가져가도록 하겠다. 어머니는 말레이시아에서 가족과 함께 (시상식을) 지켜보고 있다”고 소개했다.
“사랑합니다. 트로피를 집으로 가져가겠습니다. 홍콩에 있는 친척분들에게도 감사 인사드립니다. 홍콩에서 제 커리어를 시작했는데요. 여러분이 도와주신 덕분에 오늘 이 자리에 설 수가 있었습니다. 아카데미 감사합니다. 이것은 역사를 만들어가는 것입니다.”
감격에 겨운 듯 양쯔충은 트로피에 입을 맞추기도 했다. 그의 배우 인생에서 오스카 트로피는 이번이 처음이다.
1962년 말레이시아에서 태어난 양쯔충은 어린 시절 발레를 배웠고, 영국 런던으로 유학을 가 왕립학교에서 공부했다.
양쯔충은 1983년 미인대회에서 미스 말레이시아로 입상한 이력이 있다. 1986년 출연한 ‘예스마담’이 흥행에 성공했고, 홍콩 배우 청룽(성룡)과 함께한 ‘폴리스 스토리 3′(1992), ‘프로젝트S'(1993) 등으로 얼굴을 널리 알렸다.
그는 1980∼90년대 홍콩 액션영화에 많이 출연했지만, 실제 무술을 배운 적은 없다고 한다. 어린 시절 익힌 춤동작을 액션 연기에 활용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할리우드로 진출한 그는 ‘007 네버다이'(1998), ‘와호장룡'(2000), ‘게이샤의 추억'(2006), ‘쿵푸팬더2′(2012) 등 꾸준히 작품활동을 해왔다.
이제 환갑을 맞은 그는 ‘에브리씽’으로 또 한 번 황금기를 맞게 됐다. [연합뉴스]